[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기대주였던 컬리가 상장 철회를 발표하면서 케이뱅크, 오아시스마켓, 11번가 등 나머지 대어급 기업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두고있는 이들 기업이 침체된 IPO 시장을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IPO 일정은 다소 미뤄질 전망이지만 연내 상장 계획은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 밝힌 상태다.
당초 지난 6일 케이뱅크는 해외 투자설명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투자자와는 별개로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고서다. 해외 기관투자자 모집을 위해서는 ‘135일 룰’을 따라야 하는데, 해외 투자설명서에 포함되는 재무제표를 작성한 시점으로부터 135일 내에 청약대금 납입 등 상장 일정을 모두 마쳐야 한다.
이에 케이뱅크는 해외 공모를 하지 않고 국내 투자자만을 대상으로 공모하거나 상장 자체를 연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양호한데다 서호성 행장이 신년사를 통해 올해 IPO에 대한 포부를 강하게 밝힌 만큼 상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케이뱅크가 희망하는 기업가치는 7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2021년 말 기준 케이뱅크의 순자산(1조7300억원)을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2.36배에 단순 대입할 경우 기대되는 가치는 약 4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새벽배송 운영업체 오아시스마켓은 3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공모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단위 몸값에 도전하는 오아시스는 새벽배송 업계 중 유일한 흑자 기업이다.
오아시스는 늦어도 설 연휴 이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오는 2월 공모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다. 오아시스의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3118억원, 순이익은 43% 늘어난 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1조10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현재는 7900억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11번가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11번가는 올해 초 예비심사청구를 진행해 9~10월께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새마을금고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2018년 50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9월 말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3분기 전년 동기보다 43% 늘어난 189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지만 영업손실은 364억원을 기록해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거래액이 늘어나면서 향후 매출·수익 성장 가능성으로 지금보단 높은 몸값을 책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1번가가 원하는 기업가치는 3조~4조원이며 FI들의 투자 과정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조7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평가는 현재 1조원 남짓까지 내려앉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방향인데 금리 인상, 물가 상승, 수출 악화 등이 반영된다면 올 상반기까지 증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대어급 IPO 기업의 상장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j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