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속인상]올해 첫 금통위 ‘베이비스텝’ 단행…증시 영향 ‘제한적’

기준금리 3.5%…14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
한미 금리역전폭 확대 우려에 증시·채권시장 긴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이미 예견된 사안인데다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기 때문이다.

 

13일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0.25%p 올린 3.5%로 결정했다. 이로써 금리는 지난 2008년 12월 10일(4.0%) 이후 14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또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앞서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날 금통위가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67명이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인상폭은 전체 인상 응답자 전원이 0.25%p 인상으로 답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꺾이긴 했지만 5%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 등 미국과의 내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도 반등했기 때문에 국내 증시도 나쁜 흐름을 나타내진 않을 것이다. 물가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차익 실현 물량들도 나올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강 보합권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국내 증시는 이제 단순히 가격이 싸서 오르는게 아닌 구조적인 변화로 인한 상승인만큼 하방이 단단한 장세가 지속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한은이 금리를 0.25%p 인상함에 따라 향후 한·미 금리 역전폭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오는 31일~다음달 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종 금리가 5%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3.5%에서 멈출 경우 연말 미국과의 금리 역전폭이 1.5%p로 벌어질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2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24억2000만 달러가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22억 9000만 달러) 이후 3개월 만에 순유출 전환이다.

 

주식자금이 3억1000만 달러 유입됐으나 채권자금이 27억3000만 달러나 유출된 영향이다. 채권자금 순유출 규모는 2019년 12월(-32억 3000만 달러) 이후 47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한미 금리 역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채권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을 포함한 주요 통화당국의 긴축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유출 가능성이 있고 원화가치 하락 방어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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