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이주희 기자] 하나카드가 올해 ‘하나카드의 새로운 시작, Re:Born’이라는 타이틀로 선보인 ‘원더카드’가 인기를 끌면서 카드 기획자도 주목받고 있다.
이 카드를 만든 김재훈(40) 하나카드 상품서비스부 차장은 “회사에서 기존에 있는 상품을 이 카드로 대체해서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카드 상품은 시대가 변하면서 서비스뿐만 아니라 디자인적 요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성장해 오고 있는데 원더카드는 어떤 상품으로도 변모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하나카드 본사(하나금융그룹 명동 사옥)에서 원더카드 출발을 함께한 김 차장을 만나 원더카드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김 차장은 하나카드가 첫 직장으로 12년째 재직 중이다. 마케팅전략 기획부서에 5년 정도 몸담았고, 이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대외 보고서, 중장기 전략 보고서, PI 과제 등을 수행했다. 현재는 7년째 카드 상품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김 차장은 중소형 카드사도 상품개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시장 반응을 만들어 내기 위한 포부를 인터뷰에서 여과없이 드러냈다.
◇ 카드 개발 과정 첫 번째는 ‘고객 욕구’
카드 상품을 개발할 때 동시에 여러 부분을 신경 써야겠지만 가장 중요하게 염두에 두는 건 부가서비스, 즉 약관이다. 고객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시선을 끌고, 실제로 사용했을 때 만족감도 따라와야 한다.
“시장 리서치를 하거나, 고객 인터뷰를 하는 등 판매 채널에 가서 실제로 판매직원을 만나보는데 이런 일은 보통 한두 달 걸려요. 반면 그 후에 부가서비스 설계하는 건 생각보다 길지 않아요. 왜냐면 어떤 서비스가 있으면 좋을지, 필요할지가 보여요. 결제 패턴을 봐도 교차사용이 일어나는 걸 보면서 이런 서비스가 나가면 상품 가치와 판매가 괜찮고, 고객 이용에도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빨리 낼 수 있어요. 근데 이 원더카드는 (고객의) 자유도가 극단적으로 높았어요. 그러다보니 부가서비스, 약관 설계에만 두세 달 이상이 걸렸어요.”
원더카드는 매달 한 번 고객이 직접 할인과 적립, 원하는 서비스와 크기를 설정할 수 있는 게 큰 특징이다. 단 한장의 카드로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의미로 57개 서비스 영역이 있다.
“보통 카드 상품의 부가 서비스는 5년간 고정이 돼요. 만약에 병원 서비스가 탑재된 카드라고 하면 발급해서 유효기간이 끝나는 5년간 서비스가 고정화돼 있어요. 하지만 원더카드는 매달 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는 특징이 있죠.”
하지만 타사도, 하나카드도 연회비를 추가로 내면 더 많은 서비스를 받는 등 고객서비스 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은 10년전에도 존재했다. 하나카드에서 2009년부터 선보인 ‘내 맘대로 카드’처럼 내부에서는 오랫동안 ‘고객에게 적합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 결국 통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김 차장은 과거에는 고착화된 서비스를 5년 동안 유지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 판매를 했다면 이제는 고객들이 스스로 바꿀 수 있거나, 바꿀 수 있는 추천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 원더카드 탄생 배경은 “고객의 혜택 체감과 규제 환경의 변화”
2015년만해도 간편결제가 활발하지 않았다. 한국은행의 지급결제보고서를 보면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2016년 11조7810억원에서 2019년 120조원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은 하루 평균 7000억원을 넘어서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페이 결제가 많아지면서 고객 소비 형태도 많이 변했다. 원더카드에는 고객이 혜택에 대한 체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담겼다.
“상품을 교체해야 한다는 니즈가 있었어요. 2015년에 출시돼 지금까지 판매하고 있는 원큐(1Q)라는 시리즈가 있고, 이후 몇 개의 상품을 냈지만 이게 메인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실적이 나오지는 않았어요. 약 3년 전쯤부터 대표 상품을 채널에 맞게, 판매에 적합한 ‘현장 친화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또 원큐카드는 10만원이 채워지면 5000원의 리워드가 나가는 방식으로 고객이 10만원 쓸 때까지 자기가 얼마의 혜택을 받을지 모르는 구조였어요. 실제로 고객입장에서 돈을 적게 받진 않았지만 중요한건 혜택을 많이 받았는지 체감을 잘못하는 점이었죠. 고객 집중 인터뷰(FGI)를 해보면 생각보다 혜택이 큰데 그걸 고객이 모른다는 피드백이 있었고요.”
원더카드에 대대적으로 적용한 건 승인 시점에 서비스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만든 것. "예컨대 병원에서 1만원을 결제하고 10%를 할인받는다면, 할인받을 예정이라는 게 바로 (알람·메시지가) 뜨게끔 만들어 놨어요. 제가 배달 음식을 결제했을 때 혜택받을 금액이 실시간으로 보이는 거죠."
다른 하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이 되면서다. 자사에서 한 가지 혜택을 받기 위해 50만원을 쓰는 고객이 실제로는 다른 카드사에서는 100만원을 더 쓰고 있을 경우, 규제 환경이 변하면서 이 고객에게 다른 카드사에서 받는 혜택이 담긴 자사 카드를 발급해주는 게 쉽지 않았다.
높은 금액의 캐시백 이벤트가 성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카드를 한장 더 받지 않고 차라리 서비스를 변경해주면 어떨까, 이제 고객이 원하는 어떠한 서비스로도 변경이 가능한 상품 그리고 채널에서 판매도 잘 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했었죠.”
이 두 가지 숙제가 떨어진 게 지난해 중순으로 그해 5월 본격적으로 상품 개발에 들어갔다.
◇ 원더크레딧의 서비스 구조, 원더풀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은 특허 준비
김 차장은 특히 원더카드 서비스는 고객 자유도가 높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예를 들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타사에서는 혜택 범위를 0~50%까지 설정할 수 있는데 원더카드의 경우 5%에서 70%까지 설정할 수 있다며, 이정도 자유를 가진 곳은 없을 거라고 강조했다.
“OTT를 70%까지 설정 가능하다면 다들 70%으로 할거잖아요. 병원도 15%까지 가능하다고 하면 전부 최대치로 하겠죠. 이런식으로 57개 가맹점 다 설정 하면 회사는 부가서비스 유지가 힘들겠죠. 그래서 고객들마다 이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는 제한을 둬야하는데 그걸 저희가 원더크래딧이라는 단위로 만들었어요. 고객이 원더카드를 발급받아서 서비스를 변경하려고 할 때, 원더크래딧 100을 줘요. 고객이 병원 서비스를 한 칸씩 올릴 때마다 10이 차감돼요. OTT 서비스를 한 칸 올리면 5가 차감되는 식이죠. 어떤 서비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차감 점수는 달라요. 100을 채우면 설계가 끝나는 형태로 돼 있고요.”
원더크래딧은 서비스 혜택 조합을 위한 포인트 개념으로 고객이 서비스 영역과 크기 설정을 직접 설정할 수 있는 핵심 구조다.
이와 더불어 혜택조합을 확인하고 추천받는 공간인 ‘원더풀마켓’도 빠르면 3월경 선보일 예정이다.
“원더크레딧 구조랑 매핑해서 저희가 원더풀마켓이라는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쓰는 혜택은 어떤 혜택인지 보여주는 건데 하나카드 직원 또는 인플루언서가 추천하는 혜택 타입 등을 마켓에 올려놓으면 고객들이 그 혜택을 시뮬레이션해서 나한테 맞는걸 가져갈 수 있게 끔하는거죠.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플레이리스트 처럼요.”
김 차장은 원더카드를 약 40명의 직원들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라고 칭했다. 카드가 나오기까지 처음과 끝을 담당한 김 차장은 원더카드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카드로 남길 바란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바라는 점은 단순해요. 오랫동안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달렸으면 좋겠어요.”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