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에선 ‘중소형 공모주’가 활기를 띠고 있다. 대형주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유통 물량, 저렴한 공모가로 인해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욕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자람테크놀로지’는 지난 22~23일 진행한 일반청약에서 증거금을 약 2조6000억원 모았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1364억원임을 고려할 때 20배 가까운 자금이 들어온 것이다. 최종 경쟁률은 1000대 1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람테크놀로지는 다음 달 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2차전지 열 관리 소재 전문 업체 나노팀도 지난 20~21일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 증거금만 5조원 이상을 끌어모았다. 나노팀은 일반 공모 최종 경쟁률로 1637.4대 1을 기록했고 증거금은 5조4547억원을 달성했다. 나노팀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2490억원임을 고려하면 20배가 넘는 자금이 몰린 셈이다.
나노팀과 같은 날 일반 청약을 마감한 임상시험수탁(CRO) 업체 바이오인프라도 1034.7대 1의 최종 경쟁률을 나타내 흥행에 성공했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1594.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공모가는 희망가 최상단인 2만1000원으로 결정됐다.
일반청약뿐만 아니라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 9곳 중 ▲미래반도체 ▲오브젠 ▲스튜디오미르 ▲꿈비 등 4곳이 상장 첫날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두 배의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 성공했다.
특히 꿈비는 올들어 첫 ‘따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2거래일 연속 상한가)’을 달성했다. 지난 9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꿈비는 IPO 과정에서부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지난달 26~27일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15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밴드(4000원~5000원) 최상단인 5000원으로 확정했다.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1772.59대1의 경쟁률을 기록해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갈아치웠다.
지난 7일에는 스튜디오미르가 따상에 성공했다. 스튜디오미르는 공모가(1만9500원) 대비 두 배인 3만9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증시 입성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5만700원까지 올랐다. 지난 1월 말 상장한 오브젠과 미래반도체도 따상을 기록한 뒤 현재까지 양호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과 투입금액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IPO 시장에서 따상이 이어지는 등 IPO 시장이 달아오른 것도 중소형주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소형주들이 공모가격을 하향 조정해 상장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컬리, 케이뱅크 등 대형주들의 상장 일정은 중단됐지만 국내 공모시장은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바닥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공모가 하향 조정으로 가격 메리트가 있고 시장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콘텐츠나 인공지능(AI), 로봇 등 성장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신규 상장 시장에서 소형주와 중소형주의 깜짝 반등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반등의 주요인은 코스피 시장의 반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신규상장한 기업들의 낮은 공모가에 기반한 수익률 반등도 효과적으로 이어졌다. 올 하반기쯤 대형주 상장도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