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예상대로 ‘베이비스텝’…한은 금리 동결하나

연준 기준금리 4.75~5.0%로 0.25%p 인상
다음달 한은 금통위…"금리 동결 가능성↑"

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하자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으로선 급격한 미국 긴축 속도에 따른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미 금리 격차가 다시 1.5%p로 확대된 것은 우려 사항이다.

 

 22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21~2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4.5~4.75%에서 4.75~5.0%로 0.25%p 인상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직후 “최근 은행 부문 위기가 신용위축 등을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금리인상 효과를 대체할 수 있다”며 “경제 방향이 불확실해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금리 인상 중단 기대가 확대됐지만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장에는 찬물을 끼얹었다.

 

 연준이 연내 한 차례 베이비스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음 달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커졌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한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통화 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말했지만 심화하는 경기 침체 신호를 무시할 수는 없다. 다음 달 11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한 차례 더 동결을 선택할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다만 한국식 ‘점도표’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는 등 기대인플레이션 심리를 차단할 가능성은 있다.

 

 지난달 국내 물가가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선 가운데 3월에는 기저효과로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금리도 연일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상당폭 하락한 데다 원·달러 환율도 크게 낮아져 시장 전반의 불안이 완화되고 있다.

 

 한은 금통위원들 상당수는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오는 5월 미국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려 한미 금리차가 1.75%p가 되더라도 현재의 시장 흐름으로 볼 때 감내할 만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VB와 시그니처 은행 파산 이후 현재 추가적인 ‘뱅크런’과 은행 파산 위험은 진정된 상태다. 이런 상태가 유지될 경우 연준은 5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한 후 금리인상 기조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빅스텝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연준이 SVB 사태로 금리인상 보폭을 낮추면서 한국도 다음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한미 금리차가 22년 만에 최대폭으로 확대되자 자본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간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5%p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00년 5~10월(1.50%p) 이후 최대 역전폭을 기록한 것이다. 연준이 5월에도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어 한미 금리 격차는 종전 역대 최대(1.5%p)를 넘어 1.75%p로 확대될 수 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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