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PF 부실 위험 확대…리스크 관리 유의해야”

5년 새 여전사·저축은행 부동산·건설업 대출 4배 안팎 증가
"부실 사업장은 신속 정리 유도해야"
"韓 금융사는 SVB와 달라"…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 미미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비은행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 상승 등 부실 위험이 높아진 만큼 관련 리스크 관리에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국내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금융안정회의에서 최근의 금융안정 상황을 이와 같이 점검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비은행권 전체의 부동산PF 익스포저 규모는 1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과 유동화증권 채무보증이 각각 91조2000억원, 24조3000억원이었다.

 

 그간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등은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PF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를 늘렸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여전사와 저축은행의 부동산·건설업 대출 규모는 2017년말 대비 각각 4.2배, 3.4배 증가했다. 상호금융과 보험사도 같은 기간 관련 대출 규모가 3.1배, 1.7배씩 늘었다.

 

 부동산경기 위축으로 사업추진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미분양주택이 증가하면서 PF대출의 상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특히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은 2021년말 3.7%에서 지난해 9월말 8.2%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여전업의 연체율은 0.5%에서 1.1%, 저축은행은 1.2%에서 2.4%, 보험업권은 0.1%에서 0.4%로 올랐다.

 

 특히 2021년말 이후 부동산가격 하락과 글로벌 원자재가격 상승 등에 따라 건설 및 부동산업의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미분양주택의 경우 2021년말 1만8000호에서 지난해말 6만8000호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상업용부동산 거래량은 3만5000건에서 1만5000건으로 쪼그라들었다.

 

 부동산경기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진행이 중단되거나 부실화되는 PF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일부 비은행권의 자본비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은 “PF대출과 대출유동화증권이 부실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은행권의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에 한층 더 유의하는 한편, 민간 중심의 원활한 구조조정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속가능 사업장에 대해 원활한 자금 공급을 지원하되, 부실 사업장은 시행사, 대주단 등 이해당사자의 손실부담 조정 논의 및 NPL 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신속한 정리를 유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SVB 파산 사태’가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고 관측했다. 국내 금융기관은 SVB 등과 자산·부채 구조가 상이하고 각종 금융규제로 인해 유동성 및 건전성 상황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1월 중 국내은행의 외화 LCR비율은 132.5%로 규제비율(80%)을 크게 웃돈다. 또 SVB가 채권 등 유가증권의 비중이 56.7%였던 반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과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비중은 각각 18.1%, 4.8%에 그친다. 한은 관계자는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글로벌 금융여건이 급변할 경우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돼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경계감을 키우고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가 현실화할 우려엔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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