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까지 흔들…국내 금융株 타격 ‘불가피’

도이체 주가 장중 14.9% 급락

AP뉴시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 사태에 이어 도이체방크 위기설까지 돌자 국내 금융주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뱅크데믹(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이 국내 금융사까지 감염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알 수 없는 공포’가 확산될 경우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4일까지 금융지주와 은행 종목 9개를 편입한 ‘KRX은행’ 지수와 증권 종목 14개를 편입한 ‘KRX증권’ 지수는 각각 9.46%씩 하락했다. 은행, 증권 지수 외에도 KRX300금융(-9.11%), KRX보험(-8.31%) 등 하락률도 높았다. 같은 기간 미국 은행주도 약 30% 급락했다.

 

 이달 들어 SVB, CS 사태가 잇따라 터진데다 지난 24일 다음 타깃은 도이체방크가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며 국내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가 휘청였다. 독일 증시에서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 주가는 개장과 함께 곤두박질쳤다. 장중 한때 14.9%까지 빠졌다. 도이체방크의 부도 가능성을 뜻하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는 8.3% 넘게 치솟았다. 도이체방크는 은행 건전성을 위협할만한 큰 부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등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당분간 국내 금융주 및 금융시장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을 흔들 불안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미국 SVB파산 사태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예상했다.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부동산 관련 금융기관으로 위험이 확산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융 업종 중 안전성과 신뢰도가 가장 높은 업종인 은행에서 파열음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금융위기’가 시작됐다는 의미”라며 “미국 등 정책당국의 위기 대응 경험과 능력은 분명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과거엔 없었던 모습과 형태의 또다른 위기가 시장을 덮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미국 은행들과 국내 은행의 비즈니스 구조 차이 때문에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은 낮지만 업종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며 “금융주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 및 일부 전문가들은 뱅크데믹이 국내 금융회사까지 감염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은행과 보험업종 대비 증권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신종자본증권은 당국으로부터 ‘부실 금융 기관’으로 지정될 때만 상각된다”며 “국내 은행들은 미국이나 유럽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훨씬 많은 자본을 확충하고 있는데다 대출 부실도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증권사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부실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보면 본업에 해당하는 주식 중개 수수료가 늘고 채권 평가 이익이 상승하는 국면에 있다”며 “금융주 안에서도 펀더멘털 측면에서 증권주의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