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팩IPO ‘시들’…투자자 외면 이유는?

KB·NH·유안타·하이 스팩 연이어 상장 철회
중소형 공모주 흥행에 증권사들 속도조절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들어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100억원 이상 규모의 스팩들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한 가운데, 중소형 일반 공모주가 흥행하며 스팩 상장이 상대적으로 주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스팩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곳은 ▲SK증권제9호스팩 ▲신한제11호스팩 ▲하나28호스팩 등에 불과하다. 

 

 유안타제11호스팩은 지난달 28~29일 기관 수요예측 후 공모를 철회했다. 하이제8호기업인수목적(하이스팩8호도 지난 6일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NH스팩29호는 지난달 23일 상장 철회를, KB스팩24호도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모두 100억원 이상 규모의 스팩들이었다. 특히 KB스팩24호는 400억원 규모, NH스팩29호는 255억원 규모였다.

 

 키움제8호기업인수목적(키움스팩8호)은 최근 상장을 철회했다가 지난 6일 공모액을 100억원(공모가2000원)으로 설정해 증권 신고서를 제출했다. 몸값을 30억원 낮춰 재도전한 것이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유일한 목적으로 설립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증권사들은 스팩을 상장시킨 후 우량 비상장사를 찾아 합병시키는 작업을 진행한다. 상장 후 3년 이내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청산 절차를 밟는다.

 

 올해 중소형 일반 공모주가 흥행하며 스팩 상장이 상대적으로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가 흐름 변동성이 낮은 스팩에는 투심이 모이지 않는 것이다. 올 1분기 상장한 기업(리츠·코넥스·스팩 제외)은 17개사로 모두 코스닥 상장사다. 이중 상장 당일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로 마감)’에 성공한 종목은 5개,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100% 이상인 기업도 10개였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 국내 증시의 투자 심리를 억누르는 대외 이슈도 스팩 시장에 타격을 줬다. 지난해까지 상장 스팩들이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이 현재 스팩 상장을 강행할 유인이 떨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스팩 상장 수는 45건으로 전년(25건) 대비 80% 증가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증권사 투자은행(IB) 관계자를 불러 스팩 IPO 증가에 따른 과열 경쟁을 주의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증권사의 과거 스팩 설립 이력, 합병 이력 등을 공시 항목에 추가해 더 많은 정보를 투자자에 제공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팩은 상장 후 3년 이내에 합병하지 못하면 청산해야 하고 이자까지 챙겨줘야 한다”며 “이미 올 상반기까지도 상장 스팩이 상당하기에 증권사 입장에선 추가적으로 스팩 상장을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라고 설명했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스팩의 평판이나 합병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며 “스팩 주가는 합병이 안되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비교적 안전하게 공모주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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