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주택시장·험난한 해외수주…공공공사 확대가 살 길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 모습. 뉴시스

 건설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주택사업 분야는 건설사들의 리스크 관리 중심 경영으로 인해 입찰 경쟁마저 보기 힘들어진 상황이며, 위기 속 돌파구 역할이 기대됐던 해외건설 수주도 미진하다.

 

 이에 업계는 정부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적인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업계가 다양한 공공부문 공사 수주를 통해 업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30일 네덜란드 투자은행 ING에 따르면 ING는 지난 26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 부동산 시장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연중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ING는 한국 주택시장의 약세 요인으로 ▲단기 차원에서 과잉공급된 주택 ▲신규 개발사업 보류에 따른 신규 주택 착공 건수 감소 ▲전세사기에 따른 전세시장 약세 등을 꼽았다.

 

 정비사업 분야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가 현행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짐에 따라 서울 시내 알짜 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수주 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예상되는 공사 수주에만 몰리고, 수익성이 낮은 곳은 사업 포기도 불사하는 일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건설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근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중동 등 주요 발주국의 재정 여력이 떨어지면서 당초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을 겪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5월 기준 현재 기준 해외건설 신규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3억 달러보다 17% 줄어든 85억4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목표치인 350억 달러의 25% 수준이다. 상반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목표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중동 건설 시장에서도 최근 현대건설의 카타르 LNG 프로젝트 수주 실패, 삼성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의 UAE 하일앤가샤 가스전 초기업무 계약 조기 해지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업계는 대내외 환경 악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SOC 예산 확보를 통한 공공부문 공사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22일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 국민안전 확보를 위해 내년도 SOC 예산이 31조원 이상 편성되도록 기재부와 국토부에 건의했다.

 

 대한건설협회는 2024년 경제성장률 2.4%(2023년 1월 한은 경제전망 기준)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 GDP의 2.49% 수준인 약 59조원(정부+지자체+민자+공기업) 규모의 SOC 투자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31조원 이상의 정부 SOC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상수 건설협회장은 “최근 지방도시가 소멸위기에 직면하는 등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 심화로 사회 불안정성 확대, 국가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므로 지방의 생활·경제 여건을 개선하고 기업투자 유인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SOC 투자 확대를 통한 낙후지역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교통편의와 산업활동 여건을 대폭 개선해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적극적인 공공부문 수주를 통해 건설업 부진 탈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지난 26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발주한 ‘백현 마이스 도시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DL이앤씨는 메리츠증권과 컨소시엄을 이뤄 ‘2030 미래형 마이스(MICE)’를 제안하며 6조3000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따냈다. 

 

 또 지난 22일에는 국토부가 발주한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사업의 실시설계 적격자 선정 통보서를 수령했다. 이 사업은 전남 여수 신덕동과 경남 남해 서면을 연결하는 총 8.09㎞의 4차로 국도를 신설하는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는 6974억원 규모다.

 

 DL이앤씨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마창민 대표가 “올해 주택사업은 공사 원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공발주 주택, 일반 건축 사업 수주를 추진할 것”이라고 공공사업 확대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올해 공공공사 분야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대우건설은 오는 6월 1일 그룹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는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을 필두로 공공부문 사업 확대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지난 3월 서울시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실시협약(사업비 9874억원 규모)을 체결한 데 이어, 향후 기술형입찰 역대 최대어로 꼽히는 ‘남양주왕숙 국도47호선 이설공사(사업비 1조503억원 규모)’ 입찰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사업(사업비 6298억원 규모)’ 수주도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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