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환경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규제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보험연구원이 ‘보험산업의 디지털전환 현황과 실태’ 파악을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디지털 전환이 소비자 만족도 제고, 신상품·서비스 개발엔 기여하고 있지만 이익과 매출 확대, 새로운 시장 진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는 생명보험 14개사 및 손해보험 16개사 등 총 30개 보험사의 디지털 전환을 총괄하는 부서 책임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들은 디지털 전환이 고객서비스 강화, 자동화로 인한 업무 효율성 강화 등 가시적인 업무 결과엔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근본적인 조직문화에 미친 영향은 미약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들은 보험회사가 환경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과 경영·조직 전반에 대한 조정 역할을 비교적 원활하게 수행하고 있지만, 새로운 정보의 탐색, 환경 변화를 성장 기회로 해석할 수 없다고 답했다.
황인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도 보험회사의 업무 범위, 자회사 등 규제 개선, 금융규제 샌드박스 활성화, 외부데이터와 내부데이터의 결합 지원 등을 통해 보험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생명보험협회는 현행 열거주의(포지티브) 방식의 자회사 규제는 신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며 비금융업무 진출을 허용하는 네거티브로의 규제 방식 전환 또는 허용 업무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현재 보험회사는 모바일기술, 로봇 자동화 프로세스(RPA), 사이버보안,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신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사업모형을 개발한 보험회사는 70%, 향후 5년 내 개발 계획이 있는 보험회사는 20%를 차지하며 대부분의 보험회사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보험사 중 33%는 3년 내 변화를, 13%는 5년 이후 변화를 목표로 주력 상품과 서비스를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변화 없다는 곳도 7%로 나왔다.
조사에 참여한 보험사의 50%는 외부기관과 협력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컨설팅사(81%), 인슈어테크(69%), 빅테크(56%)와의 협력은 활발했다. 반면 의료기관(6%), 학교·학계(19%)와의 협력은 저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을 실행하기 위해선 내부적으로 임직원의 데이터 활용 역량 제고와 함께 혁신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조직문화 조성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외부적으로 외부 기업과의 협업 등 디지털 전환 관련 생태계에 대한 리더십 확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