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따른 고금리·고물가 흐름이 주식시장 ‘한파’로 이어지면서 대어급 기업공개(IPO)로 꼽힌 컬리, 케이뱅크 등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해 올 상반기 IPO 규모가 지난해 대비 10%에 그치는 결과를 낳았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중 주식 발행 건수는 총 64건, 금액은 2조73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조6833억원(85.1%) 감소했다. IPO는 48건, 99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1%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없고 48건 모두 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의 IPO로 구성됐다. 지난해 10조2000억원 규모의 IPO 초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의 역기저 효과로 올해 발행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상반기 컬리,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 11번가 등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 등의 영향으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동성이 말라붙었다. 이에 공모가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에 대부분 기업들이 상반기 상장을 철회했다”며 “공모가가 낮아지면 기업이 투자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조 단위로 평가받는 대어급 IPO들이 잇따라 상장할 예정이라 IPO 시장이 개선될 지 주목된다. 오는 27~28일 공모주 청약을 앞둔 반도체 설계업체 파두는 하반기 첫 대어로 꼽힌다.
파두는 한국 팹리스 최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스타트업으로 꼽힌 기업이다. 시장 예상 몸값은 1조2495억원이다. 이 회사는 이날부터 25일까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27~28일 일반 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에는 두산로보틱스와 SGI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이 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 곳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 심사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통상 심사 기간이 2∼3개월 걸리는데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이르면 연내 상장이 가능한 일정이다.
지난달부터 상장 당일 주식에 대해 공모가 60~400%까지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것도 IPO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모주 기대 수익률이 늘어 공모주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세라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올 하반기 총 60개사가 심사를 대기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서울보증보험, 노브랜드 등 유가증권시장의 대어로 기대되는 종목들이 심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대어들이 성공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경우 유의미한 공모 금액 증가 등 IPO 시장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에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지만 7월 국내 IPO 시장은 회복세로 전환이 예상된다”며 “특히 일부 대어급 기업의 IPO 심사 청구를 기점으로 점차 IPO 청구 기업이 확대되면서 공모금액이나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