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직원이 업무 중 알게 된 고객정보를 도용해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은 사건이 발생해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서금원은 제도권 금융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보증 및 대출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금원 포항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소속 직원 유 모씨는 지난 5월 소액생계비대출 및 근로자햇살론을 받았거나 문의했던 고객들의 서류를 조작해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을 실행했다. 종합상담·채무조정·자금지원 등 서민금융 업무를 취급하면서 알아낸 고객의 신분증 사본 및 전화번호로 서류를 조작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유 씨는 이런 식으로 총 5건의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액은 3000만∼4000만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규모는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유 씨의 범행은 이재연 서금원장의 지시로 연체 가능성이 있는 대출자들을 유선으로 관리하는 과정에서 적발됐다. 서금원 모니터링 결과 유 씨의 전화번호로 대출이 실행된 여러 건의 대출이 연체우려 목록에 등록돼 있었던 것이다. 이후 서금원 본사 차원에서 사실 확인에 나섰고 유 씨는 고객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실행한 점을 시인했다. 서금원은 유 씨에 대해 대기발령을 낸 후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유 씨가 조사에 응하지 않고 무단결근하자 이달 초 면직 처리했다. 서금원 관계자는 “(유 씨가) 조사에 응하지 않아서 내용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만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단순 고객 개인정보 도용일뿐만 아니라 사문서 위조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또 개인정보를 도용당한 고객 입장에선 연체에 따른 신용점수가 하락할 염려도 있다.
유 씨는 위법행위는 이뿐만 아니다. 이 직원은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서금원 동료 직원 및 지역 상인들에게서도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금원 윤리경영 실천강령 제13조는 ‘직원 사이의 지나친 사적 거래는 허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통상 금융권에선 직원과 고객 간 사적 금전 거래도 금융사고 가능성, 리베이트 등의 우려 탓에 엄격히 금하고 있다.
서금원이 자체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금융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서금원은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1일까지 2023년 종합감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감사는 올해 1월 이뤄진 맞춤대출 및 비대면 금융채널 관련 업무와 민원관리체계 및 소비자보호 관련 업무 운영 현황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내부 직원의 금융사고 우려에 대한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3월 16일 임직원의 근태 및 보안관리를 점검하기 위한 공직기강 점검에서도 대출 업무를 맡을 직원의 일탈 가능성은 점검하지 못했다. 서금원이 지난 3월 말부터 소액생계비대출의 직접 대출을 맡게 된 만큼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했어야 한다는 질타가 나온다.
또다른 서금원 관계자는 임직원의 명의도용을 통한 대출 여부와 관련해서 “서금원이 아닌 경찰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라면서 “의심의 소지는 있지만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명확히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