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韓 1인당 GDP 8.2%↓…주요국 중 세 번째로 감소폭 커

일본·스웨덴 이어 세 번째로 크게 줄어
이창용 "원화 약세 따른 순위 변화"

자료=국회 진선미 의원실 제공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감소폭이 주요국 중 세 번째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을 통해 집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세계은행(World Bank)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만2142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대비 8.2% 감소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GDP 감소폭은 세계 경제규모 30위권 국가 및 OECD 회원국 총 51개국 중 세 번째로 큰 수치다. 일본(-15.1%)의 감소폭이 가장 컸고 스웨덴(-8.5%) 역시 우리나라보다 더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코로나19 이전 기간인 2017년(7.9%), 2018년(5.8%)년은 물론, 2021년 10.3% 성장한 것에 비해 대폭 저하된 수준이다.

 

주요국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021년과 같은 23위였다. 국가별로는 룩셈부르크가 12만5558달러를 기록하며 1위에 랭크됐다. 다음은 노르웨이(10만6180달러), 아일랜드(10만4237달러), 스위스(9만1976달러), 미국(7만6360달러) 순이었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줄어든 건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데 따른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원화 기준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GDP는 전년 대비 3.9% 증가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7.9%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달러 기준 명목 GDP는 전 세계 13위로 추정된다. 2021년 10위에서 3계단 하락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보다 명목 GDP 순위가 앞선 브라질, 러시아 등은 자원 수출국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난해 브라질과 러시아는 각각 미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 변동률 +5.40, +1.32을 기록하며 자국 통화 강세를 기록했다. 이 밖에 호주는 자국 통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GDP 성장률 3.3%를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한은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달러 기준 GDP가 줄어든 원인을 원화 가치 하락이라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GDP 순위가 13위로 떨어진 건 환율 변화에 주로 기인한 단기적인 순위 변화”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우리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지난해 석유 가격이 올라갈 때 결과적으로 달러화 대비 원화의 환율이 많이 절하된 반면, 지금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높은 브라질, 러시아, 호주 등은 에너지나 원자재 생산국이라서 환율 영향이 없었다”면서 “우리나라의 (GDP) 순위가 단기적으로 내려간 건 환율이 변동함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진선미 의원은 “불과 2년 전 경제규모 세계 10위이자 전 세계 GDP 비중 2%를 차지했던 우리나라의 성장지표가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악화돼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국면”이라면서 “국민소득 증대와 신산업 발굴 등 전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회복시킬 만한 어떠한 경제정책도 보이지 않는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성장의 지속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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