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는 국내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대구에 만들어진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연구개발을 위해 필요한 전임상과 임상용 의약품 생산, 임상시험까지 한곳에서 가능하다.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전임상센터’, ‘의약생산센터’, ‘전략기획본부’로 이뤄져 기술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과정을 지원한다. 의료산업을 국가 차세대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케이메디허브를 이끄는 인물, 양진영 이사장을 만났다.
2021년 8월 취임한 양진영 이사장은 3년 임기의 최대 목표로 ‘재단 인지도 높이기’를 꼽았다. 대구지역에 국한된 기관이라는 오해를 풀기 위해 10여년 간 재단이 사용해온 재단 CI(기업 이미지) ‘DGMIF’도 ‘케이메디허브(K-MEDI hub)’로 변경했다.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국내 제약·의료기업을 고려해 서울 홍릉에 사무소를 내 관련업계의 접근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 결과, 2년 전과는 확실히 다른 인지도를 쌓았다. 양진영 이사장은 “최우선 홍보대상은 국내 산학연병(산업체, 학교, 연구소, 병원), 그중에서도 의료 기업이다. 이를 위해 지난 2년간 끊임없이 케이메디허브의 우수한 연구진과 인프라를 알렸다”고 자신했다.

케이메디허브의 성과는 R&D 사업 수주액으로 증명한다. 특히 양진영 이사장의 취임 이후 R&D 사업 신규 수주액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2년 총 수주액은 407억원, 전년대비 12%나 증가한 수치다. 신규 수주 사업은 약 261억으로 전체의 64% 수준이다. 양 이사장은 “올해는 약 89억원의 신규 R&D 사업을 수주했다”며 “하반기 기업과의 공동 연구 등 추가 수주가 진행된다면 전년도의 상승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연구개발사업의 종류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첨단의료 기술을 활용해 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약 연구분야는 ‘합성신약개발 산학연계지원사업(6년, 250억원 규모)’ ▲의료기기 분야는 ‘디지털 헬스케어 실증 플랫폼 구축(5년, 150억원 규모)’, ‘병원-기업 협력 공동사업화 기반 수요연계사업(5년, 104억원 규모)’ ▲전임상이나 의약생산 분야는 ‘차세대 의료연구기반 육성사업(3년, 122억원 규모) 등이다.
◆케이메디허브의 장점
케이메디허브에서는 연구개발을 위해 필요한 전임상과 임상용 의약품 생산, 임상시험까지 한곳에서 가능하다. 입주 조건에 관한 물음에 양 이사장은 “첨단의료단지법에서는 의료연구개발 기업이라면 누구든지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입주를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요건을 두고 있다. 의료연구개발을 위한 상시연구인력 1명 이상과 1개 이상의 연구실, 일정수준 이상의 연구를 위한 장비와 부대시설만 갖춘다면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주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입주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입주 혜택도 다양하다. 대구시에서는 세제지원, 재정지원, 규제지원 등을 제공한다. 소득세와 법인세의 경우 3년간 전액 감면, 이후 2년간 50%를 감면해준다. 또 취득세 85%, 재산세 10년간 85% 감면 등도 포함된다. 부지매입비, 건축 및 설비 투자비의 일부 지원 혜택과 첨단의료단지법의 특례조항이 적용된다. 케이메디허브는 대구시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첨복단지’ 활성화사업의 전담기관이기도 하다. 입주기업들에 매년 약 20억원 규모의 예산 지원으로 사업 안정화를 돕는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총 95개의 과제, 47개의 기업과 18명의 예비창업자가 지원을 받았다. 이는 신약후보물질발굴 3건, 시제품 제작 47건, 제품사업화 7건, 고용창출 86명, 창업 6건, 지식재산권 출원등록 95건 등의 성과를 기록했다. 입주기업별 맞춤형 컨설팅 지원제도인 ‘입주기업 전담관리제도’도 시행 중이다.

◆드러난 성과
플라즈맵, 제이에스테크윈, 아스트로젠 등 뛰어난 성과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입주사가 다수다. 플라즈마 멸균기 제조기업 플라즈맵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 미국계가 아닌 기업에서 플라즈마 멸균기가 FDA 인증을 받은 것은 최초 사례로 기존 1시간 소요되던 멸균을 7분만에 끝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제이에스테크윈은 ‘1초내로 반응하는 방사능 측정기’를 개발해 케이메디허브와 PET 장비의 국산화를 연구중이다. 아스트로젠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임상을 거쳐 성능을 인정받았다. 또 내시경 처치구류를 개발하는 인코아는 케이메디허브에 입주한 후 2년만에 수출액이 160배 증가했다. 인트인의 경우는 케이메디허브의 컨설팅 및 시제품제작 지원을 받아 호흡 진단·치료시스템 ‘오뷰 멀티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미국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한 이 제품은 호흡기 질환자가 병원까지 가지 않고도 집에서 진단부터 치료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나아가는 코아멕스
양 이사장의 취임 이후 ‘코아멕스(KOAMEX, 대한민국 국제 첨단의료기기 및 의료산업전)’도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한 코아멕스는 지난 7월초 성황리에 개최했다. 코아멕스는 케이메디허브의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 첫 해인 2022년 96개 기업이 참가했고, 올해는 135개 기업과 태국·대만·인도네시아·도미니카공화국 등이 교류에 관심을 표했다. 관람객도 지난해보다 2.3배 증가한 3만여명을 기록했다.
양 이사장이 꼽은 ‘코아멕스 2023’의 성공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나아가 연구개발특구 대구 본부와 함께 잡페어를 열어 의료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을 위한 장을 마련했다는 점도 성과다. 양 이사장은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진출과 확대다. 팔아야 수입이 생기고, 그래야 새로운 연구개발에 투자도 가능하다”며 “케이메디허브는 연구개발을 지원한 후 개발된 제품의 사업화와 시장 안착까지 지원할 것이다. 내년에 열릴 제3회 코아멕스의 방향도 오로지 ‘기업의 성공 지원’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외에 케이메디허브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사업은 의료기술시험연수원 건립이다. 의료기술은 발전하지만 의료인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실습 받을 시간과 장소는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국가기관인 의료기술시험연수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케이메디허브가 주관해 대구 동구 첨복단지에 건립될 예정이다. 2025년 개원을 목표로 한다.
◆해외진출의 지원기관
제약 연구개발은 성공하기만 하면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지만 성공확률이 백만분의 일로 극히 낮다. 안정적인 내수시장에 머무려는 경향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기업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쉽지 않은 해외 진출에 양 이사장은 “정부가 연구개발을 지원해야한다”고 말한다.
혁신신약, 혁신의료기의 등장이 해외 진출을 가능하게 만든다. 2010년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설립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장기적인 투자, 의료 R&D 지원을 위한 발판이었다. “앞으로 신약이나 의료기기 산업에서 주목할 것도 장기투자”라고 강조한 양 이사장은 “의료연구에서는 유행을 따라가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철학을 내비쳤다.
현재 글로벌 의료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은 AI,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혹은 의료기기다. 케이메디허브는 10여년전 창립당시부터 AI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양 이사장은 미국 보스턴의 의료 클러스터를 예로 들며 “의료R&D를 위한 국가기관을 만들어놓고 몇 년만에 가시적 성과가 안보인다고 새로운 기관의 필요성을 주장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 보건의료 R&D 예산은 1조5000원. 화이자의 연간 R&D 예산(10조2000억원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전국에서 나누어 집행하고 있다. 양 이사장은 “정부의 의료R&D 예산을 더 키우면 좋겠지만, 그게 힘들더라도 지금의 예산이 반발을 최소화하는 나눠주기식으로 배분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의료 R&D를 위해 케이메디허브를 만들었으니 많은 국내 산학연병이 우리 기관을 활용했으면 좋겠다. R&D의 확실한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케이메디가 꿈꾸는 미래
취임 2주년을 맞은 양 이사장은 “임기 중 중간평가보다 10년 후 고맙다고 기억되는 이사장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그는 “내부직원과 외부 유관기관으로부터 정말 열심히 했다는 평을 받고 싶다. 특히 당장 눈앞의 성과보다 ‘케이메디허브를 연구하기 좋은 곳으로 만든 기관장’이라는 훗날의 평가를 원한다”며 케이메디허브의 청사진을 그렸다.
끝으로 향후 케이메디허브의 방향성을 묻자 그는 “왜 대한민국에는 화이자와 지멘스가 없는걸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케이메디허브가 원하는 미래는 세계가 대한민국의 항암제를 수입하고, 대한민국의 의료기기로 질병을 치료하는 세상이다. 내일을 향해 의료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개발한 제품의 사업화까지 지원해 새로운 의료기술이 시장에 안착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양진영 이사장 프로필
학력
-한밭고등학교 졸업(1987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1991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석사(1995년)
-고려대학교 보건학 박사(2010년)
주요경력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2021.8.17~)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2020~2021)
-식품의약품안전처 기획조정관, 의료기기안전국장(2012~2020)
-식품의약품안전청 외교안보연구원, 기획재정담당관(2009~2012)
-보건사회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의료정책과 사무관(1993~2001)
-제36회 행정고시합격(1992)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사진= 케이메디허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