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日 오염수 방류와 ‘친정부’ 금융사

권영준 경제부장

 살 찐 사람이라면 경험해 본 적 있을 터다. 횟집에서 회를 먹고 있는데, 어느새 동나면 으레 ‘네가 먹었구나’라는 눈빛을 보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회가 잔뜩 남으면 “남은 회 다 먹고, 매운탕 먹자”라고 말하면서 시선은 내게 고정돼 있다. 나보고 먹으라는 것이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말이 있다. 내가 먹었든, 먹지 않았든 살이 쪘기 때문에 괜히 오해를 받곤 한다. 눈으로 직접 보여주지 않는 이상 오해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 회를 먹으면서 이런 오해를 받을 일도 없을 것 같다. 일본 정부는 지난 2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24일부터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달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도 “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해도 국민이 수산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 불안함을 해소할 길이 없다. 어업 종사자, 상인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강조해도, 신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시점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수산물 소비와 어촌 휴가 장려 캠페인을 펼치며 챌린지를 시작했다. 어촌과 바다로 휴가를 가자는 메시지와 여름 보양은 우리 수산물로 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인증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고 함께 동참할 후속 챌린저를 지목했다.

 

 취지는 좋지만 현 시점에서 여당이 주도로 하는 챌린지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한다. 실제 윤 원내대표는 이번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거짓 선동이 만든 수산물 소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씻어내고”라는 말을 했다. 어촌을 살리자는 순수한 명분에도 다분히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을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어업 종사자와 상인이 가장 고통받고 있으며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과연 오염수가 방류된 바다에서 수산물을 먹어도 되는 것인지, 이를 먹지 않으면 어업 종사자와 상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답이 필요하다. ‘수산물 많이 먹고, 어촌으로 휴가를 떠나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인증샷을 남기는, 가볍디 가벼운 챌린지로는 전혀 해소가 될 수 없는 사안이다. ‘뭣이 중헌디’라는 영화 대사를 수없이 반복해도 모자란다.

 

 이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금융권도 되돌아봐야 한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을 시작으로 강신숙 Sh수협은행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챌린지에 참여했고 지난 21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오염수 방류가 결정된 22일에는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와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이사도 동참했다. 이어서 추천하는 챌린지 특성상 전 금융권으로 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산업계 이슈로 떠오른 ‘소유분산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의 중심에 있다. 이와 관련해 친정부 인사가 금융그룹 주요 보직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여당 주도 챌린지에 CEO가 동참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수협도 마찬가지다. 어업 종사자의 이익증진과 지원을 위해 설립된 곳에서, 그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시점에서, 챌린지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이 진짜 어촌과 어업 종사자를 위한 길을 가고자 하다면, 그것은 챌린지가 아니라 그들의 주업무에 있을 것이다.

 

 오염수 방류는 이미 결정이 났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정부 입장 브리핑에서 “(일본 오염수)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이 가장 불안해 하고 있는 부분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에 있으며, 다르게 진행되면 방류 중단을 요청한다고 해도 그 때는 이미 늦는다. 

 

 정부는 “과학·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명한 우리 국민은 괴담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국민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것이 실제 오해라고 해도 눈으로 직접 보여주지 않는 이상 쉽게 풀리지 않는다.

 

현명한 정부의 대처와 판단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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