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파트 신고가·신저가 통계 착시 경계해야…장기 시계열 흐름을 파악하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라는 격언이 있다. 부분만 보고 전체는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태도나 사고방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주택시장과 관련된 상당수의 통계들도 보다 현명한 선택을 위해선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보는 방식이 유용할 때가 있다.

  

 요즘은 부동산정보제공 플랫폼이나 앱을 통해 주택시장의 다양한 지표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는 방법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주택의 준공일과 세대규모, 평면도, 동배치, 조망 파악은 물론이고 매도·매수 전 마음에 두고 있는 지역의 가격변동과 거래량, 매물량의 추이도 살필 수 있다.

 

 또 학군(학원가), 상권의 배치를 파악하는 등 거주 및 생활편익시설의 검토도 가능하다. 역세권 여부와 인구 흐름 외에 향후 지역 내 개발호재나 갭투자·외지인 매입비율 규모 확인을 통한 투자목적 검토까지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데이터가 가득하다.

 

 상당량의 정보를 비교·교차 분석해 주거지를 결정하고 적절한 매물과 매수·매도 타이밍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품을 팔고 감에 의존해 집을 구입하던 시절보다 명료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세상이다.

 

 하지만 간혹 우리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아파트 실거래 통계가 실시간으로 발표되다 보니 아파트 매매 거래와 관련된 언론 보도가 증가하고 집값을 선도하거나 대기수요가 많은 일부 단지의 ‘최고가 또는 신고가’ 경신 보도에 홀리듯 이끌리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지난 9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H1차‘ 아파트 전용면적 78.05㎡가 35억원에 거래되며 2021년 4월 27억에 거래된 시점대비 8억이나 올랐다”는 식이다.

 

 2022년 4분기를 저점으로 해서 주택시장의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수도권 중심으로 회복되는가 하면,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 수십대 1의 청약경쟁률이 나타나다 보니 서울 강남3구나 수도권 주요지역의 아파트 단지에서 들리는 신고가(단지 내 동일 면적타입의 과거 최고가보다 높은 매매가를 기록한 거래) 소식에 내 집 마련 대기 수요자의 마음이 복잡해지게 된다. 주요지역의 단 건 거래가 마치 그 지역 전체 시장흐름을 대변하는 것 같은 통계착시에 이제라도 집을 사야하나 일희일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올해는 1%대 저조한 경제성장 전망과 4%대 주택담보대출 금리부담(2023년 7월 주담대 금리 신규 기준 4.28%)에 주저하는 수요층이 다양한 통계착시의 끈을 붙잡고 있지만, 평상 시 거주 및 투자하고 싶던 아파트의 우상향 가격 변동을 목도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이럴 땐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보는 방식을 떠올리면 좋겠다. 예를 들면 개별 단지의 신고가 건수 만 보지 말고 지역과 시점을 묶어 장기 시계열로 흐름을 파악해 보는 것이다.

 

 실제로 아파트 신고가 발생관련 보도는 꾸준했지만 2023년 9월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중 신고가 비중은 8.1%(1962건)에 그치고 있다. 89.8%(2만1616건)의 대부분 거래는 일반거래(신고가·신저가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거나, 면적별 최초 거래)였고, 신저가(단지 내 동일 면적타입의 과거 최저가보다 낮은 매매가를 기록한 거래) 비율은 2.1%로 504건 집계됐다.

 

 올해 서울지역의 아파트 매매의 신고가 비율 8.1%는 집값 급등기였던 2020년(45.2%)과 2021년(52.6%)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거래된 대부분의 거래는 신고가를 경신할 만큼 공격적인 매입보다는 조정기 저가 급매물 거래였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단건의 거래보다는 전체 거래를 합쳐 시계열을 장기로 늘려봐야 보이는 것들이다.

 

 부동산 통계 홍수 속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그것이 실존사례라 하더라도 단면의 자료만 믿지 말고 통계를 합쳐 지역별로 묶거나 장기 시계열의 흐름까지 병행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무 말고도 숲을 보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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