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관련 기업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은 8월(13.5%)에 이어 9월(12.9%)도 늘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작년 동월 대비로는 23.7% 상승했다. 생산과 소비 모두 늘면서 긍정적인 현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 처리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메모리로, 업계 최대 관심사인 AI(인공지능) 필수품이다.
메모리의 주요 응용처가 PC·모바일에서 초거대 AI로 확대되면서 HBM 시장은 연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HBM 공급량이 내년까지 연간 105% 늘고, 반도체 업계의 HBM 매출이 올해보다 127% 성장한 89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고부가 제품 주목
업계에서는 HBM이 실적 회복을 앞당기는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지난달 개선된 실적을 공개했다. 두 기업 모두 올 초 감산을 통해 재고를 줄이고, HBM을 비롯한 D램 출하량과 평균거래가격(ASP)은 상승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흐름에 맞춰 삼성전자는 고수익 제품인 차량용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HBM3 양산 판매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더불어 DDR5, LPDDR5x, UFS(Universal Flash Storage) 4.0 등 신규 인터페이스 수요 증가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도 HBM과 DDR5, LPDDR5 등 고부가 주력 제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부장 업체들 “HBM 수요 증가 환영”
HBM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로부터 1000억원의 장비를 수주하며 실적 호조세를 보였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납품한다. TC본더는 완성된 칩을 회로 기판에 부착하는 장비로 HBM3·HBM3E의 칩 수직 적층 생산성과 정밀도 향상 패키징에 활용된다.
업계는 HBM 양산이 늘수록 관련 종목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한미반도체의 2024년 매출액이 올해보다 101% 증가한 3305억원, 영업이익은 209% 증가한 1122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슷하게 HBM 공정에서 사용되는 ‘레이저 어닐링’ 장비를 공급하는 이오테크닉스와 디아이이티 등 소부장 업체들도 시장 흐름에 따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