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노동자 없다…전체 취업자 증가에도 청년층은 감소

60세 이상 33.6만 늘었지만 청년층은 8.2만명 감소
‘쉬었음’ 6천명 증가…‘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방안’

지난달 대구 수성구 SW 융합테크비즈센터(DNEX)에서 열린 ‘2023 청년굿잡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이 현장 면접을 보고 있다. 뉴시스

 용인에 사는 이모(29) 씨는 최근 취업하기를 포기했다. 졸업 후 4년 넘게 구직 활동을 했지만, 마음에 드는 직장을 찾지 못했다. 계속 취업 준비를 할지 고민하던 차에 부모님이 집 근처에 편의점을 열기로 했고, 여기에서 야간 근무를 하면서 일을 배워보라고 권유했다. 수 년 동안 이어진 취업 준비에 지친 이 씨는 취업을 포기하고 부모님 일을 돕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가 증가한 가운데 미래 세대를 이끌 15∼29세 청년층의 취업자 수는 감소하면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 통계청 제공

 이에 정부는 청년들이 취업 전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재직 중에는 일자리 문화를 개선하는 등 청년층이 노동 시장에 유입되도록 촉진 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76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만6000명 늘면서 3개월째 증가 폭을 확대했다.

 

 그러나 60대 이상이 취업자 수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가 33만6000명 늘었으며, 30대도 11만명 늘었다. 반면 청년층 취업자 수는 8만2000명 감소했다. 청년층은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작년 11월부터 월간 기준 1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40대에서도 6만9000명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 수가 뛰면서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63.3%로 지난해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1982년 7월 월간 통계 작성 이후 10월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실업자는 62만7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만6000명 줄어들었다. 실업자 수는 1999년 6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같은 달 기준 역대 가장 적다. 실업률 역시 0.3%포인트 내린 2.1%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만 15세 이상인 인구 중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는 1606만2000명으로 13만명 감소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사유 중에서 ‘연로’가 4만3000명 늘고 ‘육아’가 12만2000명 감소했다.

 

 특히 ‘쉬었음’ 인구는 6000명 늘었다. ‘쉬었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쉬고 있는 이들을 뜻한다. 40대(1만5000명)와 30대(1만2000명) 등에서 ‘쉬었음’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약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쉬었음’ 청년의 노동시장 복귀를 지원하는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일부 청년들의 경우 여전히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노동시장 밖에 머물고 있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재학-재직-구직’ 단계별로 조기 지원과 사전적 대응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학·재직·구직 등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 정책을 제공해 청년층의 노동 시장 이탈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재학 단계에서는 내년 고교생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신설하고 대학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확대한다. 또 취업한 청년을 대상으로는 44억원을 투입해 초기 직장 적응을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시차·선택근무 관리시스템 구축 등 인프라 지원을 확대해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고, 사업장에 1인당 30만원을 지원해 근로 시간 단축도 유도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초기 단계 ‘쉬었음’ 청년의 구직 단념을 예방하기 위한 청년성장프로젝트도 시행된다. 이는 ‘쉬었음’ 청년에게 집단·심리상담 등을 제공하고 청년 정책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이다. 구직 의욕을 높이는 ‘청년 도전 지원사업’의 지원 인원 역시 1000명 확대하고 구직 노력에 따른 인센티브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립 은둔 청년에게는 마음 회복·관계 형성 등 맞춤형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가족 돌봄 청년을 위해 연 200만원의 자기 돌봄비가 지급되고 월 70만원의 일상 돌봄서비스 바우처 지원도 확대한다.

 

 허수진 기획재정부 청년정책과장은 “‘쉬었음’ 기간이 길어지면 고용 가능성이나 고용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잠재성장률도 저하될 수 있다”며 “모든 ‘쉬었음’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성에 맞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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