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김 모(35) 씨는 친구와 함께 4년 동안 살고 있는 빌라를 떠나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자고 상의했다. 친구와 월세 금액을 반으로 나눠 부담하고 있던 터라 아파트로 옮기더라도 부담이 덜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에서 월세 매물을 알아보다가 아파트가 아닌, 더 넓은 빌라로 이사가기로 결심했다. 아파트 월세 금액이 생각보다 높아 친구와 나눠 내더라도 부담스러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임차인이 지불한 평균 월세 금액이 1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무주택자인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내년 전셋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덩달아 월세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아파트 월세(전세보증금은 제외) 계약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거래된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금액은 102만원이었다. 이는 2년 전인 2021년 평균 90만원과 비교하면 12만원(13.3%) 오른 금액이다. 지난해 98만원에 비해서도 4만원이 올랐다.
월세 금액이 이처럼 오른 배경에는 올해 전셋값이 상승하고, 고금리 영향으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전월세전환율이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2021년 평균 4.1%에서 지난해 4.3%로 상승하고, 올해 들어 평균 4.7%로 뛰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고금리 기조가 월세 인상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전세 사기 사태 등으로 보증금 반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고액 전세 임차인의 일부는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면서 월세 금액을 끌어올렸다.
금액별로는 100만원 초과 고액 월세 비중이 증가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2021년 28.3%였던 100만원 초과 월세 비중은 지난해 31.7%에서 올해 34%로 뛰었다. 올해 계약된 월세 임차인의 3분의 1이 월 100만원 이상의 임대료를 지불한 셈이다.
반면 서울 아파트의 100만원 이하 월세 비중은 2021년 71.7%에서 지난해 68.3%, 올해 들어선 11월까지 66%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 3년 동안 500만원 초과 초고가 월세 비중은 큰 변화가 없는 것에 비해 10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의 비중은 2021년 27.6%에서 지난해 30.8%, 올해는 3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100만∼500만원 이하 비중이 커졌다는 것은 일반 도시 근로자들의 월세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월세 인상 흐름이 감지됐다. 2021년 수도권 아파트 평균 월세 금액은 67만원이었지만, 지난해 73만원으로 오르고 올해는 75만원으로 상승했다.
금액별로는 100만원 이하 비중이 2021년 81.4%에서 지난해 78.2%, 올해 77.2%로 감소했다. 반면 10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의 고가 월세 비중은 2021년 18.3%에서 지난해 21.5%로 20%를 돌파한 이후 올해 22.4%로 증가했다.
월세 부담 확대로 월세를 전세로 돌리려는 수요가 늘면서 전세 비중이 커지고 월세 비중은 줄고 있다. 지난해 12월 52.4%까지 올랐던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올해 1월 44.8%로 감소한 뒤 지난달에는 연중 최저 수준인 36.3%로 급감했다. 월 기준으론 2021년 5월(32.8%)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연평균으로도 2021년 39.6%였던 월세 비중은 지난해 43.9%로 늘었다가 올해 들어 11월까지 40.9%로 감소했다.
문제는 월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역전세난이 진정 기미를 보이고, 내년 서울 등지의 입주물량 감소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월세 부담이 덩달아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 하락으로 전월세전환율이 떨어져도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더 오르면 월세 부담이 커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내년 전세 시장 불안에 대비해 전셋값 안정과 임차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