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혼코노미 시대, 소비시장 지도 바꾼 1인 가구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키트를 고르는 소비자의 모습. 뉴시스

‘싱글슈머(Single+Consumer)’, ‘솔로이코노미(Solo Economy)’.

 

1인 가구 증가로 생긴 신조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살던 통상적인 가구 형태는 이제 ‘라때(나 때는)’ 스토리다. 비혼주의, 고령화, 저출산 등의 이유로 인구 구조가 변화했고 1인 가구는 흔한 시대다.

 

1인 가구는 먹고 자는 일상은 물론 금융, 자동차, 펫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이끄는 트렌드가 됐다. 식품·외식 업계에서는 ‘1인’을 전용으로 한 메뉴, 밀키트가 등장했고, 부동산 업계에서는 소형 평형 수요가 늘며 치열한 청약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소형차도 주목되는 추세다. 또 금융업계에서는 1인 가구 확산에 따른 고령화, 반려동물 양육 가구 오름세로 ‘노후’, ‘펫산업’에 관련한 상품들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2024년을 맞아 싱글슈머 시대를 맞이한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트렌드에 부응하고 있는지 살펴봤다.<편집자주>

 

◆‘1인용’이 트렌드가 된 식품업계

 

식품·외식 업계에 가져온 변화는 크다. 혼밥족을 위한 ‘1인 전용 매장’이 등장했고 식당에서 ‘1인 전용 메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자 시장은 1인 가구 증가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기본 2∼3인분은 되는 용량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반면 소용량의 냉동 피자 시장은 성장했다. 피자 업체들은 1인용 메뉴를 만들고 크기를 줄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인의 필수품 ‘김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21 김치산업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2021년 기준 김치를 직접 담아 조달한다는 비중은 22.6%에 그쳤다. 2017년보다 33.7% 포인트나 줄었다.

 

1인용을 기준으로 한 밀키트 시장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1인 가구는 한 끼 요리를 위한 고기, 채소 등 식재료 관리가 어렵다. 배달 음식의 ‘최소 주문 비용’도 부담이다. 시간적 비용과 재료 낭비 등을 따져봤을 때 밀키트나 가정 간편식 구매가 더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주류 또한 소용량 상품을 출시해 트렌드에 맞춰가고 있다.

 

◆부동산업계, 소형 주거시설 대란

 

어려운 경제 사정, 사회적 통념 변화, 개인의 가치관 등에 따라 자발적으로 1인 가구를 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소형 주거시설이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월~10월까지 분양된 60㎡ 이하 소형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4.1대1이었다. 2022년(6.8대1)보다 2.07배 늘었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8월 경기도 광명시에 선보인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 전용 59㎡A 타입은 60.38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DL이앤씨가 11월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에 공급한 ‘e편한세상 강동프레스티지원’ 전용 59㎡A타입은 무려 59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건설 업계는 소형 평형 공급에 신경쓰고 있다. GS건설,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은 이달 경기도 광명시 광명5R구역을 재개발해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VIEW’를 분양할 계획이다. 총 2878가구의 대단지로,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면적 34~99㎡ 639가구다. 이중 전용면적 34~59㎡의 소형 평형은 541가구에 달한다. 롯데건설도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에서 ‘롯데캐슬 시그니처 중앙’을 공급하는데, 총 1051가구의 일반분양 물량인 511가구가 모두 전용면적 59㎡ 소형 평형이다. 

기아가 지난해 9월 출시한 ‘더 기아 레이 EV’. 기아 제공

◆혜택으로 똘똘 뭉친 ‘경차’

 

자동차업계도 솔로슈머의 영향을 실감하고 있다. ‘무조건 큰 차’를 선호했던 시대는 지나갔고 키워드는 실용주의다. 첫차부터 큰 차만 선호했던 30대 나홀로족 김 모씨는 경차를 접한 뒤 생각을 고쳤다. 쇼핑몰 사업을 하는 그는 주로 새벽 동대문시장을 향했다가 강남 스튜디오에서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시내주행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경차 혜택이 쏠쏠하다. 남산터널 및 공영주차장 할인에 세금 혜택까지 받는다.

 

편한 주차도 좋다. 주차 공간을 계산해야 하는 덩치 큰 차들과 다르다. 또 내부까지 작은 건 아니다. 그가 소유한 차량은 기아 레이로 내부 공간이 넉넉하다. 도심형으로 안성맞춤이다.

 

캐스퍼의 인기도 상당하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캐스퍼는 현대차가 19년 만에 내놓은 경차로 솔로슈머의 요구를 적응 반영해 반향을 일으켰다. 경차임에도 풍부한 옵션을 반영했다. 또 오로지 인터넷으로만 판매해 젊은 구매층의 쇼핑 트렌드를 받아들였다.

1인 가구의 보험 보유율 및 인식 변화, Top 5보험 상품별 보유율 변화 그래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노후’ 요양상품에 집중하는 보험사

 

700만 가구를 훌쩍 넘어선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에서 가장 큰 비중(34.5%)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40%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KB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 가입은 필수라고 생각하는 1인 가구는 2022년 조사 대비 8.7% 포인트 증가한 60.3%로 미래 위험 대비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 1인 가구의 보험 상품별 가입률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시기 실손의료보험을 비롯해 질병보험, 운전자보험, 상해보험, 종합보험 순서로 가입률이 높았다.

 

보험은 1인 가구뿐 아니라 2인 이상 가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령화가 시작된 한국에서는 노후, 은퇴 대비는 모두에게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여러 형태로 이런 흐름에 맞춰 다양한 사업과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앞으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이는 요양사업에 뛰어들며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곧 노인주택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평창카운티’를 개소한다. 2025년에는 요양시설인 ‘은평빌리지(가칭)’, ‘광교빌리지(가칭)’, ‘강동빌리지(가칭)’를 차례로 개소할 예정이며 시니어 라이프케어 서비스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7월 요양서비스 이용시 발생하는 실제 비용을 100세까지 보장하는 ‘요양실손보장보험’을 출시했다. 가입연령은 최대 75세까지로 유병자도 간편 플랜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또 장기간병 상태 주요 원인 질병인 암, 뇌졸중, 급성심근경색증 등 진단시 납입면제 혜택을 통해 추가적인 보험료 납입 없이도 보장을 받을 수 있게 했다.

 

◆1인 가구와 함께 육성하는 펫산업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Pet+Family)’ 600만 시대다. 농립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반려동물 양육 가구수는 602만 가구(25.4%)로,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1인 가구에서는 더 흔하다. 혼자 사는 것을 선호하면서도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맞아 마음 한켠에 있는 적적함을 달랜다. 함께 사는 반려동물을 사람으로 대하는 이른바 ‘펫 인격화(Pet+Humanization)’라는 말도 생겨났다.

 

‘펫보험’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월평균 양육비의 40%가 병원비인 만큼 그 관심도가 높다. 때문에 정부와 보험업계가 분주하다. 정부는 반려동물 연관 산업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펫푸드,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펫테크 등 주력 분야 육성에 나선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까지 관련 산업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펫보험 법률 제정에 나설 방침이다.

 

2018년 국내 최초로 장기 반려동물 실손의료비보험인 ‘펫퍼민트’ 출시한 메리츠화재는 반려동물 쇼핑몰인 펫프렌즈와 손잡고 펫보험 판매자회사(GA) ‘펫프 인슈어런스’ 설립 및 활성화에 나섰다.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펫보험 전문회사 설립을 위한 지분투자에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 동물 전용 영상진단 의료기기 개발업체인 ‘우리엔’이 최대 주주로 회사 설립을 주도하고, 양 보험사가 공동지분을 출자하는 방식이다. 이외 보험사 및 반려동물 관련 업계도 펫산업을 주목하고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신정원, 이주희, 김재원, 정가영 기자 garden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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