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인가구 수가 750만가구를 넘어섰다. 1인가구의 비중은 전체 가구 대비 34.5%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1인가구의 경제적 상황은 열악한 경우가 많았다. 1인가구의 연소득은 전체 가구의 절반을 밑돌았고, 빈곤율은 50%에 육박했다. 1인가구 내에서도 노인 사별 남성에선 사회적 고립 경향이 더 컸다. 인기 TV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속 화려한 싱글의 삶은 1인가구의 평균과는 괴리가 큰 셈이다.
◆1인가구 750만 가구 돌파…男 39세 이하·여60대 이상 최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인 750만 2000가구로 집계됐다. 1인가구의 수와 비중은 꾸준히 증가세다. 1인가구 수는 2017년 561만 9000가구 대비 5년 새 33.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8.6%에서34.5%로 5.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인가구 비중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9세 이하가 19.2%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70세 이상 18.6%, 30대 17.3%, 60대 16.7% 순이었다. 성별로 보면 여자는 60세 이상 고령층(46.2%)의 비중이 높았다. 60세가 넘어서 사별한 후 혼자 남은 여성 1인가구가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셈이다. 남자는 39세 이하(41.5%)의 비중이 컸다.
1인가구의 여가활동은 주로 정적인 활동이 많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올해 1인가구의 주말 여가활동은 ‘동영상 콘텐츠 시청’이 77.9%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휴식’(73.4%), ‘컴퓨터 게임·인터넷 검색’(23.7%), ‘취미·자기개발’(17.2%) 등이 뒤를 이었다. 1인가구는 전체 인구에 비해 동영상 콘텐츠 시청, 휴식 활동 등 정적인 활동으로 여가를 보내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 1인가구의 월평균 여가활동 비용은 15만원 이상이 38.8%로 가장 많았다.
◆소득 낮고 빈곤율 높아…“고령 1인가구 대상 복지 정책 마련돼야”
1인가구의 경제적 상황은 전체 가구 대비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인가구의 연간 소득은 3010만원으로, 전체 가구(6762만원)의 44.5% 수준에 그쳤다. 한 해 소득이 채 1000만원도 되지 않는 1인가구의 비중도 16.8%나 됐다.
지난해 기준 1인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30.9%로, 전체 가구 56.2%보다 23.5%포인트나 낮았다. 1인가구의 연령대별 주택 소유율은 70세 이상이 48.8%로 가장 높았고, 60대(43.3%), 50대(36.6%), 40대(36.6%) 순이었다. 그나마 젊은 1인가구에 견줘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여력이 있는 고령층, 중장년층이 자가를 소유한 비율이 높았다.
전체 가구 대비 1인가구의 아파트 주거비중이 낮은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기준 1인가구의 단독주택, 주택이외의 거처 주거 비중은 각각 41.0%, 11.5%로 전체 가구 대비 각각 12.0%포인트, 5.7%포인트 높았다. 아파트은 34.0%로 전체 가구보다 18.3%포인트나 낮았다. 1인가구는 상대적으로 주거면적도 좁았다.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2021년 주거면적이 40㎡ 이하인 1인가구의 비중은 54.6%나 됐다.
1인가구의 빈곤율도 높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1인가구 사회보장 수급 실태분석’ 결과를 보면, 자산수준이 가장 낮은 자산 1분위에 1인가구의 40% 이상이 분포하고 있었다. 특히 1인가구의 빈곤율은 47.8%로 전체 가구(30%) 대비 17.8%포인트나 높았다. 특히 1인 가구 내 노인 빈곤율은 70% 이상으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1인가구 증가로 과거 가족이 수행했던 많은 기능이 지역사회와 국가의 역할로 대체된 만큼 이에 걸맞은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혼자 사는 중년 및 노년 남성의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보경 국가미래연구원 삶의질그룹장은 ‘1인가구 유형 분석과 행복 제고를 위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혼자 사는 중년, 노년 남성 그룹과 중년 이혼 남성은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 취약해 이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특히 중년, 노년의 남성 1인가구는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강, 돌봄, 식생활 등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