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저출산 헛다리 짚는 정부

권영준 경제부장

“아! 동생이라도 있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연초 겨울 방학의 시작과 함께 9살 딸아이가 장염에 걸렸다. 한 밤중에 갑자기 구토를 하더니 누워있기 불편하다며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해가 뜨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가 자다가 구토를 한 것도 ‘멘붕(멘탈 붕괴)’인데, 출근할 시간이 되면서 2차 멘붕이 왔다. 맞벌이 부부인 터라 아이는 방과 후 또는 방학에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돌봄 교실로 등교한다. 그런데 자꾸 구토를 하니 보낼 수가 없었다. 전화기에 불이 났다. 결국 인천에 거주하시는 외할머니가 나섰다. 다음 날은 천안에서 할머니가 출동했다.

 

 결국 휴가를 냈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입원하라고 한다. 축 늘어진 딸아이를 붙자고 접수, 진료, 수납 다시 입원 접수까지 정신없었다. 병실이 없어 4시간을 넘게 병원에서 대기했다. 그렇게 시간과의 싸움을 하다 겨우 병실 침대에 누웠고, 딸아이는 깊은 잠에 빠졌다. 한 숨 돌리고나니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아 동생이라도 있었다면 어쩔 뻔했을까’였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산력 저하와 한국 경제 위기까지 도달한다. 이 시대 불확실성의 원인 중 하나가 인구 감소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출산 장려’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이 정책의 포커스는 대부분 ‘출산’에 맞춰져 있고, 방안은 ‘자금 지원’에 있다. ‘아이를 낳으면 얼마를 준다더라, 아파트 분양도 받을 수 있다. 대출도 저금리로 받을 수 있다’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재정적 안정은 출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한 결혼 정보업체가 설문조사한 결과 출산는 기피하는 이유로 돈을 꼽았다. 남녀 모두 압도적인 1위였다. 정책 역시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펼치기 때문에 재정 지원에 치우 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경험으로 비춰보면, 돈이 전부가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모두의 라이프 사이클이 180도로 바뀐다. 시간과 돈은 물론 부모의 꿈까지. 그런데 곳곳이 장애물이다. 육아를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이 전쟁을 한 번 겪으면 두 번은 없다. 둘째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 통계청의 2022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첫째아 출생 비중은 51.5%에서 62.7%로 11.2%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둘째아는 38.1%에서 30.5%로 7.6%포인트 감소했다.

 

 출산율 저하와 관련해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 것도 살펴볼 사안이지만, 1명만 낳는 것도 짚어봐야 한다. 이 말의 즉슨,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출산 자체에 포커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얼마나 건강하게 지원해줄 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실제 출산율이 높은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의 경우를 살펴보면 관련 정책의 명목으로 ‘가족 지원’을 내세운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이들 나라의 높은 출산율은 ‘출산과 육아에 따른 기회비용을 낮춘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기회비용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내세운 ‘출산 지원’과는 온도 차가 크다.

 

 출산뿐만 아니라 육아와 관련된 복지 혜택이 강화된 정책이 필요하다. 직업, 세금, 주거, 교육 등 분야별로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부모의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양립할 수 있는 방안도 들여다봐야 한다. 주택이 마련되고, 재정적으로 안정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충족돼야 출산을 결심한다. 정부가 이를 다 해줄 순 없다. 다만 이를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교황 요한 23세는 ‘The family is the first essential cell of human society(가족은 인간 사회의 첫 번째 필수 세포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세포가 건강하지 못하면 몸도 건강할 수 없다. 세포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단순 출산을 장려하기 보다는, 가족을 튼튼하게 만드는 고민이 시작이다. 이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