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연초 수요 예측을 진행한 기업들의 공모가가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뜨거운 분위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반면 국내 증시는 연초부터 지지부진한 흐름에 자금 유출이 늘어나면서 상반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진엔텍, HB인베스트먼트, 포스뱅크, 현대힘스 등 총 4개 기업이 기관 수요예측을 끝내고 공모가를 확정했다. 수요예측 결과 4개 기업 모두 공모가가 밴드 상단을 넘어섰다. 이처럼 IPO에 나선 4개 기업이 모두 흥행하면서 공모주 시장에는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16~18일 3일 동안 18조3636억원의 자금이 모아졌다.
최근 상장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결정하면서 시장에선 올해도 IPO 열풍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대안으로 IPO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도 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7.4%. 코스닥 지수는 4.6% 하락했다.
시장에선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의 공모를 통한 신규 상장 기업 수를 전년(82개)보다 증가한 85개로 전망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의 신규 상장 기업 수를 기록한 코스닥 시장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코스피 시장의 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신규 상장을 대기하고 있는 물량, 연초 잔존 물량에 해당하는 청구서 접수 이상 단계의 기업들을 집계해 보면 2021년 초 49개, 2022년 초 55개, 2023년 초 52개, 2024년 초 57개 기업이 대기 번호표를 받고 진행 중일 정도로 견조한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해와 재작년 IPO를 철회한 기업들이 다시 상장을 준비하면서 ‘대어급’ IPO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공모 규모는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연구원은 “지난해 말 증시의 반등과 함께 IPO 시장의 높아진 관심으로 그간 상장을 미룬 ‘대어급’ 기업들의 신규 상장이 올해부터 되살아날 전망”이라며 “의미 있는 반등을 기록한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IPO 시장은 대세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IPO 예상 공모 금액은 역대 평균인 4조8000억원보다 높고 최근 5년간 평균인 10조2000억원 수준인 약 8조~10조5000억원의 시장을 예상한다”며 “특히 코스피 시장의 올해 예상 공모 금액은 5조~7조원 수준으로, 지난해(1조3000억원) 대비 크게 증가하고 최근 5년 평균 수준인 7조4000억원 수준에 도달할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IPO 시장의 주요 테마로 ▲로봇·공장자동화(FA) ▲전기차·이차전지 ▲바이오·헬스케어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지난해 두산로보틱스의 신규 상장, 레인보우로보틱스, 에스피지의 코스닥150 편입 등 로봇 산업보다 포괄적 개념의 공장자동화(FA·Factory Automation)에 대한 관심이 더욱 확대됐다.
또 지난해 신규로 상장한 기업 중 공모가 대비 주가상승률 상위 기업은 LS 머트리얼즈, 에코프로머티, 두산로보틱스 순서로 이차전지, 전기차 기업이 많았다. 올해에도 이닉스, 삼현, 민테크, 제일엠앤에스, 코칩, 그리드위즈, 에스더블유엠 등 전기차와 이차전지 기업들이 IPO 진출을 준비 중이다.
나아가 코로나19 이전 주식 시장의 대세 테마였던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의 IPO도 주목할 만하다. 최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일상의 회복은 임상의 회복을 의미한다”며 “재개된 임상의 결과들이 다시 쌓이며, 증시와 IPO 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