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분양가 속, 주택구입 유통경로를 다양이 해야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2024년 1월 분양에 나선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포제스 한강’ 아파트가 1순위 평균 경쟁률 6.09대1을 기록했다. 유형별 면적유형이 제일 작았던 전용면적 84.9㎡는 분양가가 44억원(최고가 기준)이었음에도 25.35대1로 성황리에 청약을 마감했다.

 

전용면적 84.9㎡~224.9㎡를 일반 분양한 ‘포제스 한강’은 유닛별 분양가가 44억원~160억이다. 3.3㎡당 평균 1억3771만원 수준으로 호당 평균 분양가는 76억4844만원에 달한다. 2015년 이후 전국 분양사업지 중 3.3㎡당 역대 최고가를 기록할 만큼 높은 분양가임에도 청약 수요가 있었던 셈이다.

 

한편 투기과열지구에서 2월 청약접수에 들어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 서초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면적 59A㎡도 3.3㎡당 분양가는 6743만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연내 서울 강남권역과 한강변 일대에서 분양될 정비사업 일반분양 청약 대기 사업지들은 상당히 높은 가격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 거래와 주택 가격 하락, 미분양 적체 속에서도 물가 상승에서 유발한 원자잿값 급등과 인건비 부담 등이 분양가 인상에 불을 지피고 있다. 고금리와 냉각된 PF여신 환경으로 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점차 줄며 청약 대기 수요가 상당한 서울 도심은 신축 선호 현상이 높은 편이다. 무순위 및 미계약이 발생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웬만하면 고분양가에도 순위 내 청약 접수가 상당하고 1순위 청약 마감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2023년 서울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56.8대1로 동기간 전국 11.1대1보다 5배나 높은 열기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3.3㎡당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020년 2677만원, 2021년 2829만원을 보인 후 2022년 3000만원대로 올라섰다. 2022년 3514만원에서 2023년 3610만원으로 인상해 3년 만에 34.8%나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거래된 3.3㎡당 기존 아파트 평균 매매가(계약일 기준 실거래가 집계)는 2020년 2898만원, 2021년 3647만원, 2022년 3760만원, 2023년 3591만원으로 3년 간 23.9% 올라 신규 분양가보다 부담이 덜했다.

 

특히 연도별 분양가와 매매가의 3.3㎡당 가격 격차는 2020년 221만원, 2021년 818만원, 2022년 245만원으로 2020~2022년까지 분양가가 매매(거래)가 보다 낮은 가격을 나타냈다. 하지만 2023년엔 매매가보다 분양가가 3.3㎡당 19만원 높게 역전되며 분양시장을 통한 내 집 마련의 장점이 퇴색했다. 청약통장을 통한 신축 구입의 가격 만족도가 가파른 분양가 인상 속에 옛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분양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기존 구축 거래시장은 주택경기 침체와 매수 관망으로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되며 매물이 증가하는 등 매수자 우위의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실수요자들도 집을 사기 꺼려하는 매수 위축이 이어지다 보니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급매물과 경·공매로 구축을 구입하는 것이 실속 있는 주택 구입의 선택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분양과 구축, 경·공매 등 구입 경로의 다변화가 현명한 내 집 마련의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일부 공공택지 분양을 제외하고 신규 분양 아파트가 저렴하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이자 부담이 경감될 하반기가 오기 전까지는 매수 관망이나 집값 하락이 지속될 수 있으니 주택 구입을 염두에 둔 수요자라면 다양한 구입 및 유통 경로를 살펴, 동질의 낮은 가격에서 매입할 수 있는 주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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