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의 등장은 현재까지 CJ대한통운과 한진에게 큰 도움이다. 쿠팡의 택배 사업 확대로 위축됐던 찰나, 중국 업체들이 물류를 맡기면서 분위기를 살렸다. 하지만 그들의 ‘자체 물류센터 설립 가능성’이 제기되며 반짝 이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쿠팡에 치이고 中 업체와 맞손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택배사들은 지난해 4분기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사가 예상하는 CJ대한통운 4분기 영업이익 평균치는 약 133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수치다. 한진 역시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대비 약 20% 늘어난 27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덕분이다. CJ대한통운은 알리의 국내 배송 물량 대부분을 담당한다. 지난해에만 약 3000만 박스의 물량을 맡았다. 한진은 테무와 손을 잡았다. 저렴한 해외 직구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힘을 받았다.
쿠팡의 사업 확대로 가라앉던 분위기가 바뀌었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은 온라인 쇼핑이 팽창하던 2019년~2021년 호황을 누렸지만 쿠팡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힘이 빠졌다. CJ대한통운은 배송 처리량이 2019년 13억개에서 2021년 17억개를 넘어섰으나 쿠팡 로켓배송이 활발해지자 그 양이 크게 줄었다. 현재 쿠팡은 자체 물류센터를 갖고 있고 입점한 판매업체의 물량까지 대신 처리하고 있다.
◆중국은 믿을만할까
어쩌면 쿠팡보다 중국발 이커머스가 독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한국 택배사에 물량을 위탁해 운영 중이지만, 자체 물류센터를 설립한다면 국내 택배사는 물론 이커머스 등 사업 전반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의 국내 성장세는 위협적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96만명으로 쿠팡(2759만명), 11번가(744만명) 다음으로 높다. 지난해 7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테무도 반년 만에 328만명을 기록하며 무섭게 성장 중이다.
가격에서 우세한 중국 이커머스의 약점은 ‘배송’ 뿐이다. 이에 국내 택배사들이 물류센터 운영 대행과 배송을 한 번에 해주겠다고 제안하고 있지만 직접 물류센터를 짓고 배송 사업까지 뛰어들 가능성이 존재한다.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사업 총괄은 최근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 간담회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가 한국에 물류센터를 세운다면 쿠팡 로켓배송과 같은 자체적인 빠른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건 시간문제”라며 “택배사들이 적절한 대응책 세워야한다”고 조언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