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뱃값 인상 ‘10년 주기설’에 흡연자와 담배 제조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상률과 그로 인한 나비효과에 액상 전자담배의 성장까지 점쳐진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총선을 치른 뒤 담배가격이 오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재 4500원인 담뱃값이 8000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에서는 인상을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하지만,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거 이후 담뱃값 인상 검토를 하지 않겠느냐는 시선이다.
특히 담뱃값 인상의 ‘10년 주기설’을 두고 올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담뱃값은 2004년 12월 500원 인상됐고, 2014년 11월 국회에선 2015년부로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다음 담뱃값 인상 시기는 2024년이다.
예측 가격인 8000원은 OECD 국가의 평균 담배 가격이다. 점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과 한 번에 1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5년 1월 인상 후 9년째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담배 가격을 고려하면 인상 폭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지난 10년간 담배시장 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가격이 평균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른 2015년엔 국내에 궐련형 전자담배가 출시되지 않았다. 이후 2017년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를 시작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졌다. 당시 2.2%에 불과하던 궐련형 전자담배는 2022년 14.8%로 급증했고, 지난해 상반기 기준 16.5%로 늘었다. 2017년과 비교했을 때 약 6년 사이에 14.3%p가 증가했다. 시장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국내 담배시장 터줏대감인 케이티앤지(KT&G)가 ‘릴’ 시리즈를, BAT로스만스가 ‘글로’ 시리즈를 내놓으며 삼파전 양상이다.
한편 가격 인상과 함께 궐련형 전자담배와 궐련 담배의 세율을 동일하게 책정할 경우 상당수의 흡연자들이 액상형 전자담배로 넘어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주로 과세가 되지 않는 ‘합성니코틴’을 편법으로 사용해 비교적 가격대가 저렴하다. 또 2010년대 초반 처음 액상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소개됐을 때와 달리 액상이 새는 누수 문제 등을 줄이면서 편의성도 높아졌다. 번거로운 기기 관리가 필요 없는 일회용 전자담배 제품이 늘어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