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친환경’ 등의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식물성 식품의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기를 비롯해 우유, 치즈 등의 유제품과 순대에 이르기까지 식물성 식품군의 파격적인 라인업을 갖추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있다.
4일 서울 종로구 순대실록 대학로본점에서 신세계푸드의 대안식품 설명회 ‘베러클래스(Better Class)’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신세계푸드 송현석 대표와 민중식 R&D센터장이 참석해 대안식품의 개발 방향을 소개했다.
이날 소개된 ‘대안육’에서 ‘대안’이란 지속 가능한 소재로 기존의 것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민중식 R&D센터장은 “대체가 아닌 대안이다. 더 나은 질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섯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 대안육이 두부 스테이크처럼 고기 대용품으로 출발했다면 현재는 고기와 같은 조리와 맛 체험이 가능한 4단계 수준까지 올라왔다. 최종 5단계에서는 고기보다 영양소, 보존성 등이 우수하게 만들고자 한다. 신세계푸드는 이를 PMR(Plant-based HMR), HMR, 외식 브랜드 등으로 접목해 가고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식물성 대안육 시장은 최대 규모인 북미(38%)를 선두로 유럽(27%), 아시아(24%) 순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는 2022년 이후 연평균 8.6%의 최고 성장률을 예상한다. 식물성 대안유는 일본이 6% 규모로 최대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이 16%로 최고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푸드 측은 2025년 90%를 차지하는 일반고기 시장이 2040년에는 40%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식물성 대안육의 경우 10%로 시작해 25%까지 규모를 넓힐 것이라 바라봤다. 우유 시장 역시 같은 기간 일반유가 67%에서 64%로 소폭 좁혀지는 데 반해 대안유는 11%에서 17%로 큰 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물성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축의 질병, 불가피한 항생제나 성장 촉진제 사용, 온실가스 발생 등의 문제점이 발생한다. 수산물 또한 미세 플라스틱이나 중금속에 노출되는 상황을 막을 수는 없다. 대안식품 개발의 배경이다. 신세계푸드는 대안육, 곡물 우유 등 식물성 대안식품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나아가 푸드테크 기술을 활용해 체질에 맞게 개인화·맞춤화된 대안식을 만들고자 한다.
2016년부터 대안식품 연구개발을 시작한 신세계푸드는 2021년 ‘고기보다 더 나은 대안육으로 인류건강, 동물복지, 지구환경에 기여하자’는 의지를 담아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했다. 나아가 식물성 대안식 문화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유아왓유잇(you are what you eat) 브랜드를 론칭했다. 식물성 원재료로 만든 간편식을 판매하는 PMR 사업, 스타필드 코엑스에 오프라인 다이닝 시설, 푸드트럭도 운영 중이다. 이미 신세계푸드가 활용할 수 있는 유통 구조를 활용해 이마트 베이커리에서 식물성 소시지 등을 활용한 상품을, 스타벅스에서는 베러미트 콜드컷 햄을 사용한 샌드위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민 센터장은 “‘대안식품은 맛이 없다, 가격이 비싸다, 불편하다’는 편견을 벗어나 간편하면서도 맛있고, 기존 취식 경험과 다르지 않게 만들고자 한다. 개발 과정에서 맛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 취식 경험을 고민하는 소비자에게는 유아왓유잇 브랜드로 선택권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송현석 대표는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며 불편함이나 부족함을 느꼈다면, 대안육에서 미각적 만족이나 건강을 얻을 수 있다. 대체가 아니라 대안이다. 산업은 진화하고 있고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지는 방향”이라고 답했다.
친환경 시장이 성장하면서 앞다퉈 식물성 대안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중 신세계푸드의 강점을 묻는 말에 송 대표는 “기존 동물성 식품으로 시장에 안착한 기업에겐 (식물성 식품 개발에)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우리는 나머지를 내려놓고 대안식품에 ‘올인’했다”면서 “급식, 외식 음식을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사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원물을 만듦과 동시에 요리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고 했다. 베러미트 브랜드로 전 세계 최초 식물성 캔햄을 만들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동물성 식품의 대표 격인 순대를 식물성 재료로 구현해 냈다는 점이 신선하다. 순대 전문점 순대실록과 협업해 지난 6개월간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순대실록의 170시간 비법 레시피를 접목해 냉동 밀키트로 탄생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첫선을 보인 식물성 순대는 식물성 원료로 순대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살리고 돼지의 피 대신 카카오 분말로 순대 특유의 색상을 구현했다. 동물성 케이징을 사용하지 않고 누드 형태로 만들어진 점도 눈에 띄었다. 순대찜의 경우 기존 순대의 식감은 그대로 느낄 수 있었지만 향과 맛은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반면 다양한 야채와 양념이 가미된 순대볶음의 경우 ‘식물성 순대’임을 잊을 정도로 비슷한 만족감을 줬다. 밀키트로 출시될 ‘유아왓유잇 식물성 순대볶음’은 G마켓, SSG닷컴 등 온라인몰과 ‘유아왓유잇’ 코엑스점에서 판매한다.
자체개발한 100% 식물성 소재로 만든 다양한 제품군을 만나볼 수 있었다. 유당 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라이스 밀크, 식물성 원료로 풍미를 살린 치즈도 선보였다. 수산물까지 대안식품화 할 수 있는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민 센터장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과 협업해 수산배양육을 만들고 있다. 이유식, 수산조미료까지 넓혀 4년 안에는 구체적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