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리막길을 걷던 혼인 건수가 12년 만에 소폭 상승했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이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집중된 결과다. 그러나 앞으로도 혼인 건수가 증가세를 유지할지는 불투명하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0%(2000건) 증가했다. 혼인 건수가 전년보다 증가한 건 2011년(0.9%) 이후 12년 만이며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인 조(粗)혼인율도 3.8건으로 같은 기간 0.1건 늘었다.
늘었어도 3년째 20만 건을 밑돌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40만 건 안팎이던 혼인 건수는 2000년대 들어 30만 건 초반으로 떨어졌고, 2021년부터는 20만 건 밑으로 내려와 3년 연속 19만건 대에 머물고 있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미뤄졌던 혼인들이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전년 동월 대비로 증가해 왔다”며 “젊은 층에서 혼인을 꺼리는 부분, 정부의 혼인 유도 정책을 종합할 때 올해 혼인 건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추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 증가는 국제결혼 덕이 컸다. 지난해 외국인과의 혼인 건수는 2만건으로 1년 전보다 18.3% 증가했다. 외국인과의 혼인은 대략 3000건 늘어난 반면, 내국인 간 혼인은 1000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전체 혼인 중 차지하는 비중도 10.2%로 2010년(10.5%)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4.0세, 여자 31.5세로 1년 전보다 각각 0.3세, 0.2세 올랐다. 결혼 시기가 늦춰지는 추세가 굳어져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남녀 모두 30대 초반에 결혼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20대 후반의 혼인이 특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혼 건수는 9만2000건으로 전년보다 0.9%(800건) 줄었다. 2020년부터 4년째 감소세다. 혼인 건수 자체가 줄면서 이혼도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평균 이혼 연령은 남자 49.9세, 여자 46.6세로 남녀 모두 전년과 유사했다. 10년 전에 비해 남자는 3.7세, 여자는 4.2세 올랐다. 외국인과의 이혼은 6000건으로 전년보다 5.1%(300건) 증가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