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을 앞둔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의 이사회 내 ‘교수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리딩 금융그룹’을 다투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학계 출신의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사외이사진에 요구되는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기엔 한계가 여전하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하나·우리금융지주가 오는 22일, 신한금융지주는 26일 정기 주총을 연다. 4대 금융은 최근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절차를 단행하고 신규 후보를 추천했다. 이들 이사회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안이 원안대로 가결되면 4대 금융의 사외이사 수는 현 30명에서 32명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이 중 40%가 넘는 13명이 학계 출신이라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사외이사 직군이 학계에 편중(37%)돼 있다고 지적하며 지배구조 모범관행까지 내놨지만, 4대 금융에서 이러한 문제점은 크게 고쳐지지 않은 셈이다.
신한금융은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와 송성주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등 총 2명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대신 신한금융 및 자회사에서 통산 9년의 임기를 채운 성재호 이사와 사임 의사를 밝힌 이윤재 이사는 이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를 끝으로 퇴임한다. 신한금융 사외이사의 수는 현재 9명에서 변동이 없지만 학계 출신 사외이사는 6명(김조설·곽수근·성재호·윤재원·최재봉·송성주)으로 늘어난다. 이 중 절반은 경영·경제 분야 전문가라서 이사회 내 다양성 또한 부족하다. KB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4명(오규택·여정성·최재홍·김성용)이 학계 출신으로 전체 사외이사의 절반을 넘는다.
우리금융은 이번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2명을 충원하는 데 2명 모두 교수다. 이 회사는 신임 사외이사로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송수영 사외이사가 22일 정기 때 임기만료로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두 명의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키로 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하나금융지주에선 학계 출신 사외이사가 적다. 하나금융이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한 4명(주영섭·이재술·윤심·이재민) 가운데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이재민 후보만 학계 출신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대학교수의 경우 전공에 따른 전문성 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계에서의 자문 경험이 있어 상대적으로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수월한 편”이라면서도 “전문성과 다양성, 독립성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이미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금융사 사외이사의 겸직 금지 이슈 때문에 인재 선정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해상충 우려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업계 안팎에서 검증된 인사를 물색하다보니 사외이사진 내 학계 출신의 비중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면서 “향후 이사회 내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후보군 인력 풀(Pool)을 더욱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