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은 화해하기 좋은 장소?’
오랜 기간 일촉즉발 대립각을 세웠던 CJ와 쿠팡이 야구장에서 화해 무드를 연출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강한승 쿠팡 대표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 첫 번째 경기에서 만났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손 회장은 강 대표와 만나 인사를 나눴다. 이후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 등과 경기를 끝까지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우연한 만남이 아니다. CJ그룹과 쿠팡이 악연을 풀기 위한 화해의 자리라 볼 수 있다. 두 기업의 불협화음은 2022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의 입점 수수료율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면서 CJ의 주력상품인 햇반과 비비고 등의 로켓배송을 중단했다. 또한 지난해 7월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 측에 CJ올리브영을 중소기업의 입점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신고했고, 이른바 ‘택배없는 날’을 두고도 각을 세우며 두 기업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이에 CJ는 쿠팡을 등지고 중국업체와 손을 잡았다. 중국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해 쿠팡을 견제한 것이다. CJ는 알리가 자사의 햇반 및 비비고 등의 상품을 통해 국내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셈이다. 이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견제를 받는 위치인 쿠팡에 눈엣가시였다.
급한 건 쿠팡 쪽이다. 이번 만남 역시 쿠팡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면서 성사됐다. 최근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적극적인 국내 진출을 통해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어, 기존 국내 업계 1위인 쿠팡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쿠팡이 가지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쿠팡플레이는 이번 MLB 서울시리즈의 프레젠팅 파트너이자 마케팅 파트너, 그리고 주관 중계권자다. 따라서 강한승 쿠팡 사장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해당 시리즈의 개막전 티켓을 선물하며 화해 무드를 이끌어낸 것이다. 또한 최근 손 회장이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 지난달 정식 회원사가 되면서 구색도 그럴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CJ제일제당과 쿠팡이 직매입 거래를 재개하기 위해 꾸준히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격적인 국내 투자가 CJ와 쿠팡의 계약을 앞당기는 근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