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분기 코스피 16조 순매수…AI 열풍에 삼성전자 ‘매집’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열풍에 반도체주가 주목받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액은 분기 기준 처음으로 15조원을 넘어섰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2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5조77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거래소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다. 직전 최대치는 지난 2009년 3분기에 기록한 14조7980억원이었다.

 

 외국인들은 미국발 AI 반도체주 열풍을 타고 눈을 돌려 국내 반도체주를 대거 사모았다. 또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가 기대되는 금융주, 자동차주 같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도 많이 담았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5조5020억원어치를 사들인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종가 기준 8만800원을 찍으며 2021년 12월28일(8만300원) 이후 2년 3개월 만에 ‘8만 전자’로 복귀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에 이어 SK 하이닉스 주식도 1조7560억원어치를 구매했다. 뒤이어 삼성물산(1조930억원), 삼성전자우(1조540억원), KB금융(665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5210억원) 등 순이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3개가 반도체 관련 종목이었으며 5개가 자동차와 금융 주 등 저PBR주로 확인됐다. 이들 10개 종목의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모두 올랐으며 평균 상승률은 22.6%를 기록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4%)의 7배에 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2분기부터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한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외국인의 매수세 탄력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매도 금지 정책이 올해 2분기까지인 만큼 공매도 금지로 유입된 자금 일부가 2분기가 끝나기 전에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가 2분기에 현실화할 수 있어 셀온(고점 매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당분간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도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변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5월에 추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고 하반기 정책이 구체화될 수 있어 기대감이 이어질 수 있으나 금융, 자동차 등 수혜 업종으로 분류된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올라 주가가 상당 부분 선 반영된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가이던스가 최근 기대치를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4월 초 반도체 업종의 실적 기대와 현실 간 괴리를 확인한 후 실적 기대는 점차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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