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두 달만에 다시 늘었다…주담대 증가·IPO청약 영향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 지역 아파트 단지. 뉴시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5조원 넘게 늘어나며 두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는 주택 매매 증가,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 은행재원 공급분 확대 등으로 4조원 넘게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 대형 공모주 청약을 위한 자금 수요로 신용대출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점도 기타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4년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1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 주담대는 지난해 4월 2조3000억원 증가를 시작으로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8000억원 ▲7월 5조9000억원 ▲8월 6조9000억원 ▲9월 4조8000억원 ▲10월 6조7000억원 ▲11월 5조4000억원 ▲12월 3조1000억원 ▲올해 1월 3조3000억원 ▲2월 1조9000억원 등 12개월 연속 늘다가 지난 3월 들어 1조6000억원 감소하며 1년 만에 증가세가 꺾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 들어 증가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을 살펴보면 주담대는 주택 매매가 증가한 데다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 은행재원 공급분이 늘면서 4조5000억원 확대됐다. 우선 은행 자체 주담대는 1개월 새 1조6000억원 증가한 3조6000억원 증가했다. 또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집행돼 가계대출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디딤돌·버팀목 대출이 지난달부터는 은행재원으로 집행되면서 가계대출 통계에 반영(2조8000억원)된 점도 주담대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기타대출은 신용대출 상환규모 축소, 전월의 부실채권 매·상각 효과 소멸 등으로 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3월 2조2000억원 감소했던 게 증가 전환한 것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통상 1분기 중엔 상여금 등 여유 자금을 활용해 신용대출이 대규모로 상환되었다가 이후 상환규모가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부연했다. 기타대출 증가엔 올해 4~5월 중 연이은 기업공개(IPO) 일정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예로 지난달 25일부터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HD현대마린솔루션 공모주 청약엔 약 25조원의 청약 증거금이 모였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全) 금융권 기준으로는 전월 대비 4조1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하락에 대한 기대감 지속, 주택시장 회복 가능성 등으로 인해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의 확대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엔 은행 기업대출이 11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4월 기준으로 역대 세 번째로 증가 폭이 컸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전략이 지속하며 증가 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기업 대출은 4월 중 6조5000억원이 늘었는데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원지환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반적으로 연초부터 은행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데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설자금뿐만 아니라 운전자금 대출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은행 4월 기업대출 증가는 공급 측 요인과 수요 측 요인이 맞물린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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