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예약하는 사람만이 처방받을 수 있다!”
# 직장인 A씨는 최근 자신이 SNS에서 팔로우하던 한 병원이 화제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도입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오랜 기간 비만과의 사투를 벌이던 그는 해당 병원이 위고비에 대한 정보, 효과, 부작용 등을 올리는 것을 보고 ‘마지막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A씨는 해당 병원의 SNS 채널을 통해 ‘위고비를 예약하고 싶다’는 문의를 넣었다. 병원 측은 ‘예약이 다소 밀려 15일 당일이 아닌 10월 말~11월 초 정도 처방이 나갈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예약을 확정 지으려면 예약금을 넣어야 한다고도 안내했다.

◆일론 머스크 체중감량 비결… ‘위고비’ 체중감량 원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체중감량 비결로 언급한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블록버스터 비만 치료 주사제 ‘위고비’가 15일 드디어 국내에 상륙한다. 할리우드 섹시 스타 킴 카다시안도 이를 통해 7㎏을 감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다. 조찬호 청담셀의원 대표원장은 “GLP-1은 포도당 의존적인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체중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며 “이를 주사하면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쉽게 배가 부르고 식욕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고비는 노보 노디스크가 이미 선보인 동일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인 ‘삭센다’보다 한층 향상된 치료제로 보면 된다. 매일 자가 주사해야 했던 삭센다와 달리 주 1회만 투여한다. 펜처럼 생긴 주사제를 자가 주사하는 방식으로 ▲0.25㎎ ▲0.5㎎ ▲1.0㎎ ▲1.7㎎ ▲2.4㎎ 등 5가지 용량으로 나왔다.
효과도 진화됐다. 임상시험 결과, 삭센다는 56주간 투여 후 평균 체중이 7.5% 줄었지만, 위고비는 68주 투여 후 14.9%나 감소했다. 매주 한 번만 주사해도 68주 뒤 평균 몸무게가 약 15% 빠지는 셈이다.
◆의료소비자 실질적 위고비 처방, 15일보다 늦어질 듯
의료소비자가 실제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는 것은 언제일까. 의료계에 따르면 위고비의 중간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는 15일 오전 9시부터 자사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위고비 물량 주문 접수를 시작한다. 이미 영업사원들은 병원을 찾아 ‘가능한 물량’을 확인시켜주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가정의학과 관계자는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에 “15일 위고비가 정식 출시되면 병원으로 배송되는데 2~3일이 소요되고 치료제가 배송되면 그 때부터 처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약하면 더 빨리 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급량, 생각보다 적네… 병원들은 “위고비 입고 확정” 홍보
문제는 높은 감량 효과와 사용 편의성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품귀현상이다. 이를 지속 투여하고 싶어도 물량이 부족하다. 미국에서는 ‘위고비로 체중을 잘 감량하고 있는데, 재고 부족으로 주사를 맞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불안하다’고 토로하는 의료소비자의 사연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병원별 배정 물량이 적어 도입 초기부터 물량 전쟁이 예상된다. 서울에서 비만‧미용 클리닉을 운영하는 한 의료진은 “우리 병원의 경우 용량별로 2개씩만 들어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위고비를 확보했다’는 소식을 SNS 등을 통해 전하는 병원은 증가세다. ‘비만 게임 체인저’로 여겨지는 위고비인 만큼 이를 확보했다는 것 자체가 마케팅이 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언론 등에서 물량이 부족하다고 언급하는 만큼, ‘우리 병원은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확보했다’는 메시지 자체가 다이어터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그만큼 신규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아예 ‘예약만이 빨리 날씬해지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일단 예약하고 본다?… ‘주치의와 상의 우선’
일각에서는 의료소비자에게 ‘일단 예약금을 넣고 보자’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날씬해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
실제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환자 또는 BMI가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상혈당증 등)이 있는 성인 비만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최근 “위고비는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이라고 강조했다.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기적의 비만약’에도 부작용은 존재한다. 위고비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두통, 위장관질환, 담석증, 모발손실, 급성췌장염 등을 겪을 수 있다. 임신 계획 2개월 전 중단해야 하며, 불안정한 당뇨망막병증을 가진 사람도 피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청(FDA)도 일부 환자들은 위고비 사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FDA는 위고비 박스형 경고문에 ‘수질성 갑상선암 환자나 해당 암과 관련 가족력이 있는 사람, 다발성 내분비 신생물 증후군 2형(MEN2) 질환이 있는 사람은 사용하면 안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