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PO(기업공개) 재수생’ 케이뱅크가 코스피 상장을 또다시 연기했다. 당초 30일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지난 18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10~16일 실시한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했고, 5조원대 고평가 논란과 높은 업비트 의존도 문제까지 터지면서 ‘예견된 실패’였다는 평가다.
케이뱅크는 주당 희망공모가를 9500~1만2000원으로 총 820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었다. 희망공모가 상단 기준 총 공모액은 9840억원, 시가총액은 약 5조3000억으로 이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5조원이 넘는 몸값에 공모 규모가 너무 크고, 공모 물량의 절반이 구주 매출(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파는 것)로 이뤄져 시장의 반응은 저조했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KB증권은 최종공모가를 희망공모가 보다 낮은 8500원으로 낮추는 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이에 따른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 우려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도 케이뱅크의 업비트 단일예금 비중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케이뱅크의 올해 상반기 기준 수신잔액은 21조8530억원이다. 이 중 업비트로부터 받아 놓은 예치금이 3조6816억원으로 전체 수신잔액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감안했을 때 시장 상황에 따라서 급격한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고, 케이뱅크도 이에 크게 휘청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케이뱅크는 내년 2월 말 전에 재상장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상장 예비심사 효력은 내년 2월 28일까지 적용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케이뱅크에 대해 성장 가능성에 비해 몸값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케이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56배로 비교 기업으로 선정한 카카오뱅크(1.62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한 ‘두 번째 상장 실패'라는 이미지가 고정된 탓에 세 번째 도전에 있어서는 보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자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공모시장 최대어‘로 평가받던 케이뱅크가 상장을 연기하면서 대형 IPO가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게 됐다. 후발주자인 대형 기업의 상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모시장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