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었다.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의 분기 매출이 사상 최초로 전통의 강호 월마트를 추월한 것. 그런가 하면 알리바바·샤오미·텐센트·바이두 등 중국의 빅테크 4사를 지칭하는 패뷸러스4는 미국 7대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최근 국제 사회에서 진행 중인 무역 분쟁, 금융 시장의 변동성, 지정학적 긴장 등 다양한 위험 요소로 인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있다. 각 기업은 업종별 동맹을 구성해 힘을 합치거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새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세상에 없던 혹은 한 끗 차이로 차별화된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사례가 많다.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도서를 넘어 가전제품, 생활용품, 의류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며 빠르게 성장했고, 결국 온라인 쇼핑의 대명사가 됐다. 특히 2006년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기업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설립하며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AWS는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필요했던 데이터 저장, 컴퓨팅파워, 네트워크 관리 등을 외부 기업에 제공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현재 AWS는 아마존 매출의 17%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 됐으며 그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최강자 넷플릭스는 1997년 DVD 대여·판매 서비스로 첫발을 뗐다. 지금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07년이다. 온라인에서 DVD를 주문해 우편으로 받아보던 시대에서 완전한 온라인으로의 이동을 선언한 셈이다. 스마트 기기의 확산과 맞물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콘텐츠에 공격적으로 투자했고, 이는 세계 최대 OTT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99년 설립된 중국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 역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선보이며 빅테크로 부상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데이터 저장, 빅데이터 분석, AI 모델 학습, 클라우드 보안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AWS의 주요 경쟁자로 꼽힌다. 최근에는 딥시크를 겨냥한 자체 AI 모델 QwQ-32B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국내 기업 중에선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개발한 카카오, 검색 엔진 서비스로 시작해 쇼핑·페이·클라우드 등으로 영역을 넓힌 네이버 등이 신사업에 성공한 사례로 분류된다.
결국 핵심은 초격차 기술 경쟁력으로, 개별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도 이 점을 고려해 올해 인공지능(AI)·첨단바이오·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분야에 3조4000억원을 투입하고, 신산업 등 중점분야에 총 75조4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집중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감하게 규제 혁신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신산업과 반도체·조선 등 주력전략산업 핵심 인력 양성도 도모한다.
정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와 후발국의 추격에 따른 주력전략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3대 게임체인저와 주력전략산업 중심으로 경제 역동성을 제고하고 재도약 모멘텀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