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성사된 연금 개혁의 핵심은 ‘더 내고 더 받는’ 것이다.
모수개혁안에 따라 가입자가 내는 돈인 연금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상승한다.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여야가 20일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후 역대 세 번째 개혁이 성사됐다. 노태우 정부 때 만들어진 국민연금은 첫해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은 70%로 시작했다. 10년 후 김대중 정부 때인 1988년 첫 연금개혁이 이뤄졌다. 보험료율은 9%로 올랐고 소득대체율은 60%로 낮아졌다. 두 번째 개혁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이었다.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점차 낮추기로 했다.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고 출산과 군 복무 등에 연금 가입 기간을 인정해주는 크레딧 제도도 도입됐다. 이후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연금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개혁안을 내놨고 이날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18년 만에 연금개혁이 성사됐다.
연금개혁안인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의 국민연금 체계에서 지난해 기준 A값(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에 해당하는 월 309만원을 버는 직장인의 월 보험료는 40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행(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 27만8000원에서 12만4000원가량 오른 수준이다. 절반은 회사가 내기 때문에 가입자가 내는 돈은 6만원가량 증가한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09만원 월급의 직장인 A씨가 내년 국민연금에 신규 가입해 40년(최대 가입 기간) 동안 보험료를 내고 25년간 연금을 받는다면 수급 첫해 월 연금액은 132만9000원으로 예상된다. 소득대체율 40%일 때보다 9만2000원 더 받는다.
이렇게 되면 총 내는 돈은 1억3349만원에서 1억8762만원으로 5413만원이 증가한다. 받는 돈은 2억9319만원에서 3억1489만원이 돼 2170만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국회를 통과한 모수개혁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더라도 곧바로 보험료율이 13%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보험료율은 매해 0.5%포인트씩 올라 2033년 13.0%가 된다. 월 309만원의 직장인을 기준으로 하면 2033년까지 8년 동안 월보험료가 7725원씩 오르게 된다. 1998년 이후 28년 만의 보험료 인상이다.
이번 개혁안에 따라 국민연금기금 소진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게 됐다. 2023년 1월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현행인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가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해 2055년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시점부터 2093년까지 쌓이는 적자 규모는 2경1656조원이다.
보험료율을 올해부터 0.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13%까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3%로 높일 경우 수지 적자 전환 연도는 2048년이 된다. 기금 소진 연도는 2064년으로 당초 예상보다 각각 7년, 9년 늦춰지게 된다. 2093년까지 누적적자를 약 4300조원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막대한 적자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정부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장기 기금 운용 수익률을 당초 목표치인 4.5%에서 5.5%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이런 조치가 더해지면 기금 소진 시점은 더 늦춰질 수 있다.
다만, 기금이 소진된 후 그해 거둬들인 보험료만으로 국민연금 급여를 주는 상황이 된다면, 필요한 보험료율은 개혁 이후 2078년 37.5%로 현행(35%)보다 다소 높아진다. 이 때문에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측에서는 모수개혁과 함께 자동조정장치 등 추가 조치 필요성을 주장한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