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면 가상자산 시장에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상승을 뜻하는 ‘업(Up)’과 10월을 뜻하는 ‘옥토버(October)’를 합친 ‘업토버(Uptober)’다. 비트코인의 2010~2026년 10월 평균 수익률은 24.1%다. 올해도 반등 기대가 높았지만, 비트코인은 지난 10월 한 달간 -7.32% 하락했다. 고금리 부담과 인공지능(AI) 기업의 투자·차입 확대 우려가 위험자산 선호를 위축시킨 데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출까지 겹치며 계절적 상승 기대는 무산됐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해킹 사건이 불안을 키웠다. 약 63억달러의 자산이 탈취되며 대형 거래소도 보안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다만 시장 전반의 연쇄 청산은 제한적이었다. 당일 청산액은 약 9억4000달러로, 지난해 10월 대규모 청산 당시의 약 192억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바이낸스가 피해 전액 보전을 약속하고 자체 자금 등으로 탈취 자산의 약 90%에 해당하는 대체 자산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점이 불안 완화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한다. 발행사 및 블록체인 파트너와 협력해 약 30억달러의 자산을 동결한 점도 추가 매도 압력을 줄였다. 자산 동결과 피해 보전은 탈취 자산의 회수와 구분해야 하지만, 신속한 대응은 충격 확산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
가상자산 가격 조정에도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실물연계자산(RWA) 시장은 지난해 말 약 250억달러에서 최근 390억달러로 약 56% 확대됐다. 미 국채와 금을 중심으로 수요가 이어졌으며, 특히 주식 토큰화 시장은 같은 기간 약 420% 성장했다. 블록체인을 통해 금융자산을 보유 및 이전하려는 수요는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주식 토큰화의 제도적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9월 17일 토큰화 주식의 온체인 거래를 지원하는 ‘혁신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요건을 충족하는 토큰화 증권 거래플랫폼과 유동성 공급자에 대해 각각 증권거래법상 거래소 및 딜러 정의의 적용을 5년간 조건부로 면제하는 내용이다. 허가된 참여자들이 자동화 시장조성자(AMM)와 유동성 풀을 활용해 토큰화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시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 종목 수와 거래량을 제한하고, 토큰 보유자에게 기존 주식과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도록 했다. 제3자가 주식을 토큰화할 경우에는 기초주식 발행사에 사전 통지하고 이의제기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시장 확대에는 발행사의 협력과 투자자 권리 보호에 대한 신뢰도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 중앙예탁기관 DTC도 지난달 28일 토큰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보관 중인 증권의 소유권과 경제적 권리, 투자자 보호 체계를 유지하면서 증권을 토큰 형태로 전환하는 구조다. 즉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의 입법 불확실성에도 기존 증권법 체계 안에서 토큰화를 위한 제도와 인프라 정비는 이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주식 토큰화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바이낸스 해킹 사건은 자산 보관과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웠다. 토큰화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제도와 인프라 정비뿐 아니라 안정성과 신뢰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업토버에 대한 기대는 무산됐지만, 금융자산의 이전과 담보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토큰화 성장 동력은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