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환율과 소비 침체로 최악의 불황을 맞은 면세업계가 주류 병수 제한 폐지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류는 선물 또는 소장용으로 인기가 좋고 마진율도 높아 면세점 알짜 상품으로 꼽힌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조치를 기념해 주류 2병 이상 구매 시 혜택을 제공하는 기획전을 발빠르게 마련했다. 향후 소용량, 미니어처 양주의 면세소비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지난 21일부터 여행자 휴대 면세 주류 병수 제한(2병)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2ℓ 용량 제한과 400달러 가격 한도만 지키면 개수와 상관없이 면세주류를 가져올 수 있다. 750㎖ 위스키 2병에 추가로 500㎖ 1병을 더 구매해도 면세 범위에 포함되는 셈이다.
주요 위스키, 와인, 사케 제품은 750㎖ 용량으로 출시돼 2병 제한으로는 2ℓ 용량을 모두 채울 수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이번 개정으로 병수 제한이 사라진만큼 소용량, 미니어처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면세업계도 이러한 점을 반영한 주류 기획전을 마련해 붐 업 조성에 나섰다.
신라면세점은 다양한 주류를 경험하길 원하는 위스키 마니아를 공략하고 나섰다.
먼저 신라인터넷면세점은 주류 2병 이상 구매 시 미니어처를 1달러에 제공하고, 500㎖ 저용량 주류를 최대 80% 특가로 선보이는 기획전을 진행한다. 취향에 맞춰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구성할 수 있는 DIY 만들기 기능도 도입했다. 조니워커, 카발란, 발베니, 글렌피딕 등 브랜드에서 원하는 제품을 2병 담아 세트로 구성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오는 5월에는 장바구니에 주류 제품을 담으면, 구입하는 주류의 총 용량이 표시되는 기능을 도입해 쇼핑 편의를 제고할 예정이다.
신라면세점의 전국 지점도 기획전에 나선다. 인천공항점은 3병 구매 시 최대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주류 세트 상품을 구성해 최대 35%까지 할인한다. 서울점에서는 면세 한도 400달러 이하의 세트를 선보이고, 다양한 브랜드의 주류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
신세계면세점은 온라인몰에 주류 기획전을 마련하고 ▲600㎖ 이하 주류 ▲500㎖ 미만 주류 ▲미니어처·세트 추천 주류 등 3개 카테고리로 구분해 90여종 이상의 브랜드 제품을 선보인다. 이번 조치 시행에 맞춰 600㎖ 이하와 500㎖ 미만 추천 상품은 최대 60%, 미니어처와 세트 추천 상품은 최대 51% 할인된 가격으로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면세점에서 선물용으로 수요가 높은 듀어스, 로얄 살루트, 헤네시 등과 중국술로 인기가 높은 마오타이, 우량예, 양허, 수정방 등이 마련됐다. 일부 상품들은 50㎖ 용량의 미니어처부터 550㎖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최근 내국인의 해외 여행이 늘어나는 만큼, 이번 조치가 수익 개선에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지난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영업손실 697억원, 35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현대면세점의 영업손실은 288억원으로 전년(-313억원)에서 소폭 줄었지만 적자가 지속됐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922억원대 영업손실을 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소용량, 미니어처 등 다양한 용량의 주류 제품 수요가 증가해 상품 다양화 및 추가 판매 촉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