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신보호무역 생존법] 한미 정상 첫 통화서 무역균형 논의…대미협상 의지 확고

상호관세 발효 하루 앞두고 28분 통화
한 대행 “LNG 수입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
양측, 상호 윈윈 방안 찾도록 장관급 협의 계속
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등 포괄적 협상 필요성 시사

우리 정부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적극적인 협상으로 대응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돌입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우리 정부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적극적인 협상으로 대응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돌입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하루 앞둔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한미 양국 정상이 통화한 것은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한 권한대행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행은 중국·일본과 공동으로 미국 관세에 대응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은 한 대행이 8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분간 전화 통화를 하며 한미동맹 강화, 무역균형 등 경제협력,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협의했다고 9일 밝혔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를 하루 앞둔 시점인 만큼 관련 논의에 방점이 찍혔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행은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조선, LNG, 무역균형 등 3대 분야에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양측은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무역균형을 포함한 경제협력 분야에서 건설적인 장관급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또한 양측은 한미 군사동맹에 대한 분명한 공약을 재확인하고 지속적인 발전 방향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앞으로도 대북정책과 관련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한미일 협력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자는 공감대도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한 대행과 거대하고 지속불가능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LNG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지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내 첫 임기 때 수십억 달러(수조원)의 군사적 비용 지불을 시작했지만, 조 바이든(전 대통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며 “그것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어쨌든 양국 모두를 위한 훌륭한 합의의 윤곽과 가능성이 있다”며 무역과 산업, 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상을 진행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이날 공개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맞대응하지 않고 협상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CNN 인터뷰는 한 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기 몇시간 전에 이뤄졌다.

 

 그는 한국이 중국∙일본과 협력해 미국의 관세에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그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 대응이 한∙중∙일 3국,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 대해서는 “특별한 회의가 아니라 일상적인 회의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계에서는 이 회의를 통해 한∙중∙일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공동 대응을 모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 관세 조치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고 하고 있다. 뉴시스

 대미 통상과 산업 정책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도 구체적인 대미 협상 전략 준비에 돌입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미 협상 상황을 설명하면서 “한미 양국의 조선 협력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큰 관심을 보여서 조선 분야가 (대미 관세 협상에서) 굉장히 중요한 협상 카드”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경우 조선 산업 역량이 2차 대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기 때문에 한국이 갖춘 조선 기술과 제조 역량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안보측면에서도 돈독한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있어서 (미국에) 굉장히 큰 신뢰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복관세 대응에 대한 정부 방향도 언급했다. 안 장관은 “보복관세 형태로 대응하는 경우,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자해성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산업계도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하며 우리가 문제를 악화시켜선 안 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서 미국과 최대한 빨리 협의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소 희망적인 견해도 드러냈다. 안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와 그동안 수차례 소통했지만 이번에 발표된 상호관세엔 우리가 바랐던 만큼 (한국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 안 된 것 같다”며 “다만 그간의 소통은 앞으로 협상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또 “어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통화한 이후 미국 측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며 “제가 조만간 미국에 갈 계획이며, 통상본부장이 돌아오면 이번에 미국과 협의한 내용을 파악해 범부처적으로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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