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향하는 칼날] “차입매수가 홈플러스 사태 화근…사모펀드 규제 필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소상공인위원회 긴급토론회 개최
민병덕 의원, 김병주 회장 향해 사재출연 투자 촉구
마트노조 “MBK, 홈플러스 인수 후 빚 갚기에 급급”
패널들, LBO 피해 막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제언
홈플러스 “마트노조 주장 사실과 다르다” 반박

1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긴급 토론회에서 사모펀드의 차입매수를 규제하기 위한 해결책이 제시됐다. 이화연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한달이 넘었다. 홈플러스 모기업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향한 정부와 금융권의 조사가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정치권도 이번 사태를 촉발한 MBK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이 관건이라고 강조하며, 그를 청문회에 소환할 것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소상공인위원회는 1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긴급 토론회’를 열어 사모펀드의 무리한 차입매수(LBO) 사례를 점검하고, 관련 법 개정 등 개선책을 모색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인사말에서 “김 회장은 홈플러스에 1조원을 투자하고 2조원 사재를 출연하라”며 “국회 정무위원회와 을지로위원회뿐만 아니라 경찰·검찰·국세청이 모두 나서서 100% 피해 보상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달 16일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규모와 실행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MBK의 홈플러스 인수 과정과 인수 이후 이뤄진 경영 형태, 국내외 유사 피해 사례 등을 심도 있게 짚었다.

 

최철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사무국장은 사모펀드 LBO 방식의 폐해 사례 발표에서 사모펀드를 하이에나에 비유하며 “국가 경제에 피해를 주고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모펀드는 없어져야 할 제도이며, 없애지 못한다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LBO는 인수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규모 차입금을 끌어들여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인수 기업을 부채의 늪에 빠뜨려 정상적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큰 피해를 입힌다”며 미국의 토이저러스와 A&P, 영국의 프레시앤이지 사례를 제시했다.

 

최 사무국장은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이 중 71%인 5조원을 빚으로 조달했다”며 “그 결과 홈플러스는 매년 막대한 이자비용으로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빠졌다”고 강조했다.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홈플러스는 총 471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같은 기간 지출된 이자비용 합계는 약 2조9329억원에 달했다.

 

이어 “최근 확인된 바에 따르면 MBK는 메리츠금융그룹에 14%의 이자, 상환전환우선주(RCPS)에는 13%의 배당금, 점포 매각 후 재임대(S&LB)에는 8% 이상의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다”며 “어떤 정상적인 회사가 이런 금융비용을 지출하고 살아남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MBK가 그 동안 홈플러스 영업이익으로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갚아왔고, 인수 차입금은 홈플러스 부동산과 자산을 팔아 갚아왔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또한 차입금 상환을 위해 흑자 매장까지 폐점해 현재까지 16개 매장이 폐점됐고, 9곳이 폐점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한 결과 직영직원과 간접고용 직원을 합쳐 1만명에 가까운 인력이 줄었다고도 주장했다.

 

최 사무국장은 “MBK 경영실패는 단순 기업의 경영실패가 아니라, 투기적 자본이 초래한 구조적 문제”라며 “마트노조와 홈플러스 공동대책위원회는 홈플러스를 지키기 위해 5월 1일 총파업에 준하는 국민대회에 참가한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이 약속한 사재 출연이 이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BK파트너스 제공

사모펀드의 LBO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제 방향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김성혁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장은 “MBK는 2005년 출범해 19년간 출자기관들에게 29조원의 수익을 돌려줬으며, 투자원금 대비 수익은 8배로 아시아 최고 사모펀드가 됐다”며 “김병주 회장은 현재 자산이 14조4000억원으로 한국 최고 자산가이며 세계에서도 235위 자산가지만 여러 도덕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사모펀드의 LBO를 규제하려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현행 자본시장법은 사모펀드에 대해 금전차입·채무보증·담보제공·파생상품매매에 따른 위험평가액 등을 모두 통합해 자기자본 대비 차입비율을 400%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200%로 축소하는 선행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대상 회사의 노동자 대표에게도 세부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의 수탁자 책임을 강화하는 등 중장기적인 보호장치도 필요하다”며 “상법상 이사의 신인의무 조항과 유지청구권 조항 개정, 지배주주의 책임 강화 등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럽연합(EU)의 개정 AIFMD(대체투자펀드 운용사 지침)를 모델로 삼아 우리 자본시장법에도 ‘사모집합투자기구의 투자 목적을 실현하는 도구’와의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위험을 규율하기 위한 규제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단기적으로 수익을 극대화해 엑시트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LBO 방식의 기업인수를 하는 경우, 인수 대상 회사의 부채를 증가시키고 과배당을 하거나 자산매각 등을 통해 단기적인 수익을 극대화하는 인수전략을 짤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또 “사모펀드의 LBO 남용에 대해 금융감독 차원의 규제를 실행 중인데, 이를 자본시장법에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긴급토론회 직후 홈플러스는 입장문을 내고 과도한 LBO와 이에 따른 이자비용으로 인해 적자가 발생했다는 마트노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홈플러스는 “인수 전인 2015년 2월 말 공시 기준으로 홈플러스는 이미 약 3조7725억원의 기존 부채를 갖고 있었다”며 “홈플러스의 기존 부채를 제외한 순수 차입금은 2조8350억원, 이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분은 약 1100억원으로 인수 당시 홈플러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약 8000억원을 고려할 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MBK 인수 후 1만여명의 인력을 줄이는 등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타 유통사와 달리 홈플러스는 단 한 번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총 직원 수가 감소한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 채널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오프라인 마트 매출 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운영인원이 줄어든 것”이라며 “대형마트 3사 중 홈플러스는 감소 규모가 가장 작다”고 부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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