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 자동차부품 1차 협력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둔화와 내수 침체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관세 부담이 가중돼 올해 전망도 어둡다.
11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된 자동차부품 1차 협력사 83곳(현대모비스∙현대위아 제외)의 매출은 81조2249억원으로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조4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나 줄었다.
지난해 완성차업계의 판매 부진이 후방 산업인 부품업계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 5개 사(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의 글로벌 판매량은 794만7170대로 전년보다 0.6% 줄었다. 특히 내수 판매량은 6.4% 줄어든 135만8842대에 그치며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14만5000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올해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일부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이달 3일부터 자동차부품으로 25% 관세 조치를 확대했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한국 부품업체들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자동차부품 수출 시장으로, 한국의 자동차부품 대미 수출 비중은 2020년 29.5%에서 지난해 36.5%로 커졌다. 미국의 자동차부품 수입 가운데 한국 비중은 지난해 기준 6.4%이며 금액으로는 135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한다. 수출 품목별로는 배터리·모터 등 전동화 부품과 새시·구동축 부품이 각각 30억 달러(약 4조2000억원), 자동차용 전자·전기 부품 25억 달러(약 3조5000억원), 차체 및 부품 23억 달러(약 3조2000억원), 엔진 및 부품 13억 달러(약 1억8000억원), 타이어 및 튜브 8억 달러(약 1조1200억원) 규모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향후 2년간 부품 관세를 일부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해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며 “대기업은 강력한 재무 구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워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지만 군소 부품업체는 완성차 업계와 협상력이 떨어지는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