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이 6조원 이상 불어나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7월부터 가계대출 한도를 조이는 효과가 있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는 가운데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수도권 중심으로 추가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말보다 6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월말에 주택담보대출 실행이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5월 증가액은 총 6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대출은 넉달 연속 증가세로 2월 4조2000억원, 3월 4000억원, 4월 5조3000억원 늘며 가팔라지고 있다. 4월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영향에 증가 폭이 커졌다.
가정의달과 연휴, 공모주 청약 일정 등에 따른 자금 수요로 신용대출도 증가세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대출의 경우 4월 102조4931억원에서 지난달 103조5746억원으로 1조815억원 늘었다. 월간 기준으로는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다음 달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며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강화한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전 금융권 주담대·신용대출·기타대출(카드론·비주택 담보대출 등)에 스트레스 금리 1.5%가 붙는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가산 금리(스트레스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미래 금리 변동성 리스크를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가 붙으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난달 말 기준금리가 인하됐고, 금융당국의 거시 건전성 관리 강화 효과는 오는 8~9월부터 본격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추가 인하 전망이 우세한 데다 대선 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겹쳐 가계대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공급 규모를 관리하기 위해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100%에서 90%로 낮춘다.
전세대출은 그동안 전액을 보증해주는 구조 등으로 과도한 공급이 이뤄졌고 이는 갭투자 등 집값 상승의 악순환 고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계속 나왔다.
이런 조치들로 인해 하반기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가계부채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은 있다.
이에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이 양극화 현상을 보여 이를 차별화하는 투트랙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현재 90%로 일원화한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수도권에서만 70~80% 수준으로 낮추는 추가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90%로 낮추면서 수도권에 한해 추가 인하 폭과 시기를 추후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선 후보들도 공약집을 통해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담아 대출 안정화를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부동산 가격 정책과 금융시스템 안정정책이 균형을 이루도록 관계기관회의를 정례화하며 가계부채 총량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확립하겠다고 공약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일률적으로 적용된 DSR 규제를 비수도권 지역에 단계적으로 완화해 지역 실정에 맞는 금융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집에 담았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