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가 시작돼 일부 지역은 집중호우로 인해 비 피해를 보는 등 최근 기상 상황이 녹록지 않았지만 22일 서울 용산 일대는 하루 종일 화창한 날씨였다. 이번 펫 팝업 이벤트 ‘너는 솔로, 나는 반려’가 열린 서울 용산구 공간 오즈를 찾은 반려인들과 반려견 모두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행사장 3층에는 강아지가 뛰어놀 수 있는 인조잔디를 비롯한 편의시설과 커피, 라면머신 등이 구비된 카페가 함께 있어 쾌적한 환경을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맑게 개인 날씨와 다양한 동료견을 만난 견공들은 한시도 쉴 틈없이 뛰어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전국에서 반려가족이 모인 가운데 눈에 띄는 이색 방문객들도 있었다. 청각장애인 원서연 씨는 이날 행사를 위해 도우미견 ‘구름이’와 세종시에서 상경했다.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의 귀가 되어주는 존재로, 원 씨는 2018년부터 구름이와 함께하고 있다.
원 씨는 “구름이가 사람들과 교류하는 걸 좋아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방문했다. 제게 이런 행사는 단순한 전시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제가 구름이와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변화나 일상 속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에 대해 “동시에 다른 분들의 삶과 생각을 들으며 배울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외국인 반려인도 있었다.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는 할리 그레이스 씨는 미국에서부터 함께한 소형 반려견 ‘쿠키’와 함께 행사장을 방문했다. 그레이스 씨는 “미국은 대형견이 많아서 펫 행사도 대형견 위주인데 한국은 중·소형견을 위한 행사가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쿠키와 함께 찍은 견생네컷 사진을 자랑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또 그레이스 씨는 “한국은 이곳 행사처럼 강아지와 함께 참석하고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많고 동반 출입이 가능한 카페와 식당도 많이 보인다”며 “반려동물을 매우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비반려인의 방문도 눈에 띄었다. 김현석 씨는 “예전에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고, 반려동물 매거진 기자로도 일한 적이 있어서 관심이 생겨서 방문했다”며 “행사장에서 강아지들끼리 싸우지도 않고 같이 잘 노는 걸 보니 사회화가 다들 잘 된 것 같고 펫티켓 문화도 많이 발달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푸짐한 경품도 함께 마련돼서 방문객들의 인기와 관심을 끌어모았다. 여러 반려용품 및 식품 협찬사들이 다양한 경품을 준비하면서 공간오즈 1층 행사장에서 진행된 여러 강연 중간중간 럭키드로우와 퀴즈 이벤트 등을 통해 방문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3층 옥상 카페와 인조잔디밭에도 다양한 종류의 반려용품 팝업 부스가 차려져 방문객들의 뜨거운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이날 방문객은 반려견이 대부분이었지만 반려묘를 모시는 집사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고양이 ‘참깨’ 집사 강현진 씨는 “강아지들과 같이 방문한 사람들을 보니 부럽다”며 “반려묘는 야외 동반 활동이 어려워서 아쉽다. 그래도 이번 행사가 있으면 종종 참여한다. 또 행사가 열린다면 고양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원·박재림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