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문화에 진심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 글로벌 열풍…한국적 요소 통했다

넷플릭스 31개국 정상…공개 직후 3일간 1위
"유머와 감정, 강렬한 스토리텔링" 외신도 호평
남산타워·한의원에 저승사자·도깨비까지
중국 “우리 문화 훔쳐” 불법 시청 눈살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 93개국에서 10위권 안에 등극하는 등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K-팝 아이돌 그룹과 더불어 남산타워와 무속 신앙, 민화 등 한국 문화를 스토리와 세계관의 핵심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면 국내외 호평을 받고 있다.

 

K-팝 걸그룹과 악귀를 퇴치하는 퇴마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국내 제작사가 아닌 해외 제작사가 한국의 전통 문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글로벌 시장을 강타했다는 점에서 뜻깊다.

 

◆31개국 1위…글로벌 흥행+호평 세례

 

 

24일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지난 20일 첫 공개 직후 사흘간 글로벌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했다. 1위를 기록한 국가는 21일 17개국, 22일 26개국에서 23일에는 31개국으로 늘었다. 무려 93개국에서 톱10에 등극했다. 베트남·대만·말레이시아 등 동양 문화에 익숙한 아시아권 국가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에서도 정상을 휩쓸었다. 프랑스·독일에서는 3일 내내 1위에 올랐고 최대 규모 시장인 미국에서도 21∼22일 1위, 23일 2위를 차지했다. 

 

반응 또한 호평 일색이다. 미국의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 비평가들이 매긴 토마토 평점 지수가 계속해서 상승해 24일 기준 96%를 기록 중이며 관객 평점인 팝콘 지수도 91%다. 글로벌 평점 사이트인 IMDb에서도 10점 만점에 7.9점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리뷰 전문매체 디사이더는 “유머와 감정, 강렬한 스토리텔링이 조화를 이루며 모든 연령층에 추천한다”고 추천했으며 미국의 타임지에서 발행하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W)는 “K-팝·한국 문화·슈퍼히어로가 만난 에너지 넘치고 감각적인 애니메이션”이라고 극찬했다.

 

◆한국계 캐나다 감독…이병헌·안효섭→트와이스 참여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멤버들이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들은 무대 위에서는 슈퍼스타지만 악귀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비밀스러운 데몬 헌터(로 이중생활을 한다. 팬들의 영혼을 노리는 악의 보이밴드 사자 보이즈와 맞서 싸우며 노래의 힘으로 세상과 저승을 잇는 경계인 혼문을 지키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처음 제작이 발표됐을 당시만 해도 K-팝의 세계적 인기에 편승하려는 단발성 작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K-팝 아이돌이 악귀를 물리치고 세상을 지킨다는 설정은 다소 작위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듯 영화에는 초초화 제작진이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몬스터 호텔 등을 제작한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의 한국계 캐나다 감독 매기 강이 연출을 맡았다. 국내 배우 이병헌·안효섭·김윤진이 영어 더빙판 연기에 참여했으며 넷플릭스 시리즈 파트너 트랙에 출연한 아덴 조를 비롯해 대니얼 대 김, 켄 정 등이 힘을 더했다. 또한 최정상 걸그룹 트와이스 정연·지효·채영이 OST에 참여해 반가움을 더했다. 

 

◆남산타워에 저승사자까지…곳곳에 한국적 요소

 

 

영화의 완성도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특히 한국 문화를 매우 세밀하고 진정성 있게 고증했다. 서울의 야경이 비치는 비행기 안에서 주인공들이 공연 전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며 김밥과 냉면·호떡·순대·컵라면을 흡입한다. 속상할 때는 깍두기를 놓고 국밥을 먹는다거나 목이 아플 때 한의원을 방문해 한약을 짓는다. 또 수저 밑에 티슈를 깔아두는 습관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생활을 세밀하게 반영했다. 거리 곳곳에는 한국어 간판이 보이고 남산타워와 기와집 등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해 서울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팬덤의 응원봉, 한글로 쓰인 손팻말, 각종 굿즈, 컴백 후 출연하는 아이돌 예능 등도 그려내 K-팝 아이돌 문화를 현실감 있게 구현했다. 극중 아이돌 그룹이 부르는 노래들은 실제로 테디와 24, 쿠시 등 더블랙레이블 소속 프로듀서들이 만들었다. 영어 더빙 버전의 공식 가사에도 한국어가 섞였다. 또한 안무가 리정, 크루 잼 리퍼블릭이 안무에 참여해 K-팝 특유의 칼군무를 창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전통 문화도 깊이 있게 접근했다. 주인공 걸그룹 3인방이 조선시대 무당의 후예라는 설정이다. 굿에 동원되는 춤과 노래가 시대를 내려와 아이돌로 이어진 것이다. 멤버들의 의상에는 노리개 등 전통 장신구와 문양이 적극적으로 활용됐고, 갓과 도포 등 전통 복식도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이외에도 저승사자·도깨비·호랑이와 까치(작호도) 등 한국 신화와 민화를 모티프로 한 스토리와 비주얼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러닝타임 내내 한국적 요소를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제작진이 오랜 기간 고민하고 연구한 흔적이 돋보인다. 세밀한 고증과 현대적 재해석, 한국 문화의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이며 한국적 정서와 미학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도를 국내 제작사가 아닌 외국 제작사가 감행해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中 “우리 문화 훔쳐” 불법 시청 몸살

 

 

기대 이상의 글로벌 인기 돌풍을 자랑하는 탓에 일부 몸살도 앓는다. 넷플릭스를 서비스하지 않는 중국에서 불법 시청을 감행하며 딴지를 걸고 있다. 중국 최대 리뷰 플랫폼 더우반에는 24일 기준 900개가 넘는 리뷰가 달렸다. 중국 일부 누리꾼은 영화에 등장하는 한복, 전통 건축 등 다양한 한국적 요소들이 “원래 중국 문화”라며 한국이 중국 문화를 훔쳤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앞서도 중국은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인 더 글로리·오징어게임·폭싹 속았수다 등을 불법 시청한 후 초상권을 마음대로 사용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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