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열풍, 기대와 우려]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분주해진 은행권...위기 느끼는 카드업계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가 속도를 내면서 금융권도 준비에 나섰다. 은행권은 상표권 출원하는 등 시장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상용화되면 지급결제 시장의 구조가 뒤바뀌는 만큼 카드업계는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시장 선점에 나선다

 

은행권에서는 스테이블 코인 관련 상표권 출원으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1일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3일 KB에 원화를 의미하는 KRW를 조합한 KBKRW, KRWKB를 비롯해 KBST, KRWST 등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상표는 스테이블코인금융거래업, 전자지갑 결제서비스업, 전자화폐 지불거래 처리업, 스테이블코인 전자이체업 등으로 분류됐다. 하나은행은 같은 달 25일 HanaKRW, KRWHana 등 16개 상표를 출원 신청했다. 신한금융그룹과 IBK기업은행도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주 차원에서 스테이블 코인 상표권 경쟁에 나선 것은 신한금융이 처음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도 BKRW, KRWB, KKBKRW, KRWKKB 등 4개의 상표를 암호화폐 소프트웨어, 암호화폐 금융거래 업무, 암호화폐 채굴업 등 3개 상품 분류로 나눠 12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토스뱅크, 케이뱅크 역시 상표권을 등록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법제화에 발맞춰 은행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은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는 최근 은행권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신설하고 컨소시엄 구성 논의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참여를 확정한 은행은 NH농협, 신한, 우리, KB국민, IBK기업, Sh수협, 케이뱅크, IM뱅크 등 총 8곳이다. 최근 부산은행, 경남은행, 토스뱅크도 협회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 정부에 가상자산 관리·보관 등 커스터디(수탁)를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업 진출 허용을 요청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해서는 은행이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 은행은 내부 통제나 소비자 보호와 같은 안정성을 중심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라면서 “법제화 등 관련 논의가 진행되는 만큼 미리 준비하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엇갈린 반응

 

스테이블 코인이 상용화되면 지급결제 시장은 큰 변화가 예상된다. 간편결제업계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전통적인 결제 업무를 담당했던 카드업계는 고심하는 분위기다.

 

간편결제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7일 관련 상표권 18건을 특허청에 출원하며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스테이블 코인 관련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아 주가가 급등했다가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돼 지난달에만 이틀간 거래가 정지됐다. 네이버페이 역시 박상진 대표가 직접 스테이블 코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편리한 결제 서비스를 비롯해 최적의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에 간편결제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앞서가는 흐름이다.

 

카드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현금 대체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면 기존 결제구조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스테이블 코인이 신용카드의 신용공여 기능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체크카드 수준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밀고 있기 때문에 카드사들도 긴장해야 할 것 같다”면서 “거래 대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일련의 절차들을 블록체인 기술로 간소화시키는 것인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제 시장에서 카드사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카드사들도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참여해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림의 떡일까

 

현재 법안이 통과돼 비은행기관 발행이 가능해지면 저축은행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시선이 있다. 다만, 부실채권 등 당면 과제를 우선 해결해야하고 인프라 구축에 여력이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상호금융업권 역시 관련 내용에 당장은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핀테크업계는 희비가 엇갈린다.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은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표권을 출원하며 경쟁에 뛰어든 곳도 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할 수 있는 역량이나 환경이 된다면 신규 사업으로 매력적이다. 정책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미국이나 시장에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처럼 스테이블 코인 관련해서 정부의 정책이 확정되고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지원책과 같은 것들이 더해진다면 검토할 만 하다”고 밝혔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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