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발맞춰 정치권에서는 법안 발의에 나섰다.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시간 문제로 다가온 만큼 금융권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주로 현금이나 국채 등 실물 자산에 가치가 연동돼 가격 변동이 적고 거래·결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암호 화폐를 의미한다. 다른 가상자산과 비교해 가격 변동성이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가상자산시장 및 데파이(탈중앙화) 플랫폼 내에서 법정화폐보다 전송이 간편하고 속도가 빠르며 수수료가 낮아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내세웠다.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5월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 시장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가상자산 전문가로 불리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임명하면서 법제화에 속도가 나고 있다. 이후 여당에서 공약 이행을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0일 원화 스테이블 코인 추진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했다. 눈여겨볼 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대상을 5억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춘 국내 법인으로 정해 기준을 대폭 낮췄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기준이 낮다는 일각의 지적을 수용해 발행자 조건을 10억원으로 상향했으나 비은행기관 발행에 문을 열었다는 점은 여전하다.
시장에선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으로 ▲저렴한 비용 ▲거래 속도 ▲무허가성 ▲프로그래밍 가능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은행 중심 발행 모델에서 벗어나 민간 주체 참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국내외 기관들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비은행기관 발행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관리 및 감독 제도를 철저히 마련한 후 은행권 위주로 먼저 도입하자는 취지다. 중소 규모의 비은행권 발행 코인이 남발될 경우 발행사의 운용 실패나 외부 충격 시 대규모 상환 요구에 따른 코인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인런이 발생하면 전통 금융시장에 리스크가 전이되는 문제점이 있다. 외국환거래법 담당 주체로서 외환 규제를 우회해 불법 자금세탁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스테이블 코인의 급격한 확산이 통화정책 전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국제결제은행(BIS)는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활발해지면 신흥국의 통화 주권은 약화되고 미국 국채 등 금융시장의 혼란 위험이 커질 것으로 봤다. 해외 투자은행(IB)인 HSBC도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다는 점에서 원화스테이블 코인의 한계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