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수가 너무 많아 통폐합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발언한 가운데,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자는 여당의 제도 개선 주장에 대통령실도 임기 일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께서 공공기관 통폐합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별도 지시를 내렸다”며 “비서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통폐합 문제를 다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공공기관 통폐합도 좀 해야 할 것 같다”며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방만한 운영을 하는 공공기관은 그 자체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의미가 포함된 발언”이라며 “존재 가치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공공기관이라면 과감한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게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통폐합 지시는 융자 등 정책금융기관의 재원이 효과적으로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정책금융 사업을 이행하는 공공기관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바로 잡자는 취지다.
그간 정치권과 금융권, 학계에서도 정책금융기관 통폐합에 대한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대표적인 중복 업무로는 중소기업 지원, 수출입·무역금융, 정책보증 업무, 온렌딩 대출 등이 꼽힌다.
중소기업 지원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금융상품이 중복 지원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수출입·무역금융에서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중장기 수출보증(보험) 상품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출혈 경쟁이나 비효율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민주연구원이 발간한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금융의 역할’ 보고서에서 “정책금융기관의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업무는 매우 중요하다”며 “유사하거나 중첩된 업무가 다수 존재해 정책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업무 재편은 기관 존립을 비롯해 직원 일자리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실행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최근 김병기 원내대표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공공기관장 임기 제도 개선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힌다”며 임기 일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우 수석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이 국민주권 정부의 철학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별적으로 국민의힘 중진들과 통화해보니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민주당 정권에서 이런 주장을 하면 야당이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하더라”며 “그래서 제가 민주당이 야당일 때 이 주장을 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여야 합의 처리를 당부했다”고 언급했다.
우 수석은 “특히 계엄과 대통령 탄핵의 혼란을 틈타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며 “국회의 탄핵안 가결 후에도 53명의 기관장이 임명됐고 이 가운데서도 22명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에 임명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탄핵으로 위헌적 계엄을 처벌한 국민 의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일”이라며 “아울러 인사권자의 궐위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현상 유지 이상의 행위를 한 것은 헌법적인 한계를 벗어났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