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민간→공공 역할 강화…수도권 연 11만호 순증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확대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의 첫 주택 공급대책인 9·7대책의 핵심은 공공의 역할 강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매각을 중단하는 대신 자체 시행으로 전환하고, 노후 공공시설과 유휴부지, 영구 공공임대 재건축 등 공급 카드를 총동원하기로 했다. 공급 목표치도 종전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바꿨다. 정부는 이번 9·7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연평균 11만2000호의 주택공급이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7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추산 입주 물량은 서울이 올해 4만8000호에서 내년 2만9000호로 감소하고, 수도권 전체로는 올해 16만1000호에서 내년에는 11만2000호로 줄면서 각각 10년 평균(3만8000호, 17만9000호)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 착공 장기 평균과 장기주거종합계획 등을 고려할 때 필요한 수도권 연평균 공급 물량은 25만호가 적정하지만 과거 3년 간의 추세(연평균 15만8000호)가 지속될 경우 연간 9만2000가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그간 민간에 의존하던 주택 공급에서 공공의 역할을 강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LH의 택지 분양 중단과 직접 시행 확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앞으로 공공주택법이나 택지개발촉진법 등에 따라 토지 수용 등을 통해 조성한 수도권 공공택지내 주택용지를 민간에 분양하지 않고 LH 직접 시행으로 전환한다. 민간이 택지 분양을 받고도 부동산 호황기에는 즉각 분양에 나서지만 불황기에는 땅만 보유하고 주택 분양을 하지 않아 공급 불안을 유발하는 만큼 LH 직접 시행으로 전환해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에 매각해온 공공택지를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으로 바꾸면서 2030년까지 수도권에 연간 5만3000호의 공공주택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전에는 연평균 2만호에 그치던 물량이 7만4000호로 증가해 5만4000가구의 순증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연간 순증 물량(11만2000호)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여기에 도심 노후 공공임대주택 전면 재건축과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 의무화 등으로 연평균 3만8000호(3만5000→7만3000호)의 공급 증가 효과를 기대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도심 도봉구 성대야구장 등 도심 유휴부지 개발로 연간 7000호(1000→8000호), 정비사업 등 민간 공급여건 개선으로 연 1만3000호(3만1000→4만4000호)의 물량이 순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LH가 추진하는 신축 매입임대는 14만호 가운데 7만호를 2년 내 조기에 착공한다. 정부는 이번 공급 대책에서 목표치를 착공으로 바꾸면서 실행 대책을 함께 제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공급대책의 핵심인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공급은 지양했다. 현재 보상·인허가 등의 문제로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3기 신도시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추가 신도시 지정은 바람직하지 않고, 향후 인구감소 등의 거시적 측면도 고려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주택 공급 목표치를 기존 인허가에서 착공 기준으로 전환했다. 주택공급 물량은 인허가를 받아놓고 착공을 하지 않아 실제 주택이 공급되지 않는 허수 논란이 있었는데, 실제 착공 기준으로 목표치를 변경해 실현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매년 27만호, 총 135만호 규모의 신규주택 착공을 추진(매년 11만호 순증)한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강력한 주택공급 의지를 피력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불안감을 다독일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 대책의 실행력과 속도, 민간의 적극 참여 여부, 투기수요를 줄이면서 실수요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금융 및 규제책과의 조화가 정책 효과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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