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세제개편안 발표로 위축됐던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연달아 경신하는 등 불장을 재개하면서 거래대금이 3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코스피의 전체 상장 주식 10개 종목 중 1개 꼴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매수심리가 대형 기술주에 쏠리면서 대형주와 소형주 간 오름폭 격차가 더 벌어졌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 9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월 대비 5.0% 증가한 23조799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코스피가 4년여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10일 거래대금은 29조590억원으로 전날보다 4조2800억원(17.3%) 급증했다. 이후 11일에는 31조453억원, 12일에는 31조9753억원으로 연일 증가세를 이어갔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30조원을 넘어선 것은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난 7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불장 재개가 본격화된 10일부터 12일까지 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1943억원으로 직전 7거래일 평균보다 57.1% 늘었다. 코스닥과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도 같은 기간 8조5440억원으로 51.1%, 코스닥은 7조9549억원으로 29.2% 각각 증가했다.
증시 대기자금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은 11일 기준 71조118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7.1% 늘었다. 반면 공매도 대기자금인 대차거래 잔고는 12일 기준 105조2165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9.3%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이달 들어 52주 신고가 종목도 속출했다. 지난 12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은 모두 245개로 기록됐다. 이는 현재 거래 중인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전체 상장 종목(2660개)의 9.2%다.
국내 대형 반도체주와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수혜주로 분류되는 금융주 등이 줄줄이 52주 신고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장중 32만9500원까지 치솟으면서 52주 신고가이자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 역시 같은 날 장중 7만56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금융주도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수혜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10일 부국증권이 8만46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12일에는 키움증권(25만900원), 미래에셋생명(8050원), 삼성생명(16만7900원) 등이 일제히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조선주 역시도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수혜 기대감에 오름세를 보여 한화오션(3일·12만3800원), HD한국조선해양(5일·43만8000원), HD현대마린솔루션(12일·22만7500원) 등이 52주 신고가를 찍었다.
다만 매수심리가 대형 기술주에 쏠리면서 대형주와 소형주 간 오름폭 격차가 두 배가량 벌어졌다. 이달 들어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1일 3153.95에서 12일 3421.29로 8.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중형주는 3434.05에서 3646.61, 소형주는 2409.89에서 2507.71로 각각 6.2%와 4.1% 올랐다. 대형주 쏠림 현상은 기업 실적 개선이나 경기 회복보다는 주주환원 정책, 자본시장 정책 등 제도적 동인이 부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