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셧다운 개시’ 일부 공공시설·국립공원 문 닫아…금값도 폭등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모습. 뉴시스

 

미국 연방정부가 예산안 처리 실패로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간 2일 일부 공공기관 및 관광명소가 문을 닫으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첫날인 만큼 영향은 제한적이었으나 이후에는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싱턴DC에서는 워싱턴기념탑, 국립기록보관소, 국립식물원, 의회도서관 등이 문을 닫았다. 워싱턴기념탑은 건물에 부착한 공지문을 통해 “정부 셧다운으로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한다”고 알렸다. 의회도서관도 재정 지원 중단을 이유로 건물 전체를 폐쇄했다.

 

국립자연사박물관과 국립항공우주박물관 등 스미소니언 재단 산하 주요 박물관은 정상 운영했다. 다만 재단 측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10월 7일까지는 개방하되 이후 상황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스미소니언 재단은 박물관 21곳과 국립동물원, 교육·연구 센터 14곳을 운영하며, 연방정부 보조금과 민간 기부금으로 재정을 충당한다.

 

미 전역의 국립공원은 개방됐으나 인력 부족으로 일부 시설은 운영을 중단했다.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메인 아카디아 국립공원, 조지아 마틴 루터킹 국립역사공원 등은 방문자센터와 화장실이 문을 닫았다.

 

셧다운으로 국방·치안 등 필수 분야 공무원은 업무를 지속하지만, 비필수 분야 공무원은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약 75만명, 전체 연방 공무원의 35%가 무급 휴직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업무를 유지하는 공무원은 셧다운 종료 후 급여를 소급해 지급받는다.

 

셧다운 장기화 시 인력 부족으로 공공시설 운영 차질이 확대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항 대기 시간 증가, 국립공원 시설 폐쇄, 관광 수입 손실 등을 가능성 있는 결과로 제시했다.

 

이날 셧다운 여파는 금융시장에도 즉각 반영됐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3897.50달러(약 547만원)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초 대비 약 50% 오른 수준이다. 의회가 신규 회계연도 예산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CNBC는 이번 셧다운이 통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시기적으로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오는 4일 발표 예정이던 미국의 고용지표 공개가 연기되면서 이달 말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기간 동안 연방 직원들의 대규모 감원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을 가했다. 이번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이 발생한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이후 7년 만이며 당시에는 34일간 이어졌다.

 

상원은 이날 임시예산안 표결을 시도했으나, 공화당과 민주당이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연장 문제로 합의하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재표결은 4일로 예정돼 있어 그 전까지 셧다운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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